스크린 밖 에린 브로코비치 "세금 낭비" 시민 목소리 대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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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에린 브로코비치(上)와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에서 에린 역을 열연한 배우 줄리아 로버츠.

한 평범한 여성이 환경을 오염시킨 대기업과 대규모 법정 소송을 벌이는 내용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실제 주인공이 병원과 요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브로코비치(45)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7개 병원과 요양원에서 의료인들의 실수 때문에 수백만 달러의 시민 세금이 잘못 쓰여지고 있다며 시민들을 대표해 2일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코비치는 소장에서 "병원과 요양원 측이 의료진의 실수나 주의를 소홀히 해 생긴 노인들의 질병 치료비용을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위반 행위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증거들을 찾아내 변제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로코비치는 의료 사고 증가로 연간 90억 달러 이상씩 메디케어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방 정부의 보고서를 토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예를 들면 의료기관에서 수술 환자가 뒤바뀐 경우 실수로 수술받은 환자는 물론이고 당초 수술이 예정된 환자까지 두 사람 몫의 수술 비용이 보험에서 충당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병원의 실수로 탈수상태에 빠지거나 감염된 경우도 보험으로 처리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피소 기관(병원이나 요양원)들은 이번 소송에 대해 "유명인사가 자신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벌이는 쇼이자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브로코비치는 과거에 자신을 고용, 대형 환경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배려해 준 '매스리 앤 비티토'의 에드워드 매스리 변호사와 일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에서처럼 가스.정유회사를 상대로 한 환경 소송에 컨설턴트로 참여하기도 했다.

브로코비치는 "의료보험료가 자꾸 오르는 것에 대해 염려해 온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소송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나는 환경운동가이자 소비운동가"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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