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분규 파업 백일 째|"물러서면 진다"…극한대립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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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1일로 파업 1백일 째를 맞은 울산 현대중공업사태는 노사양측이 마치『물러서면 진다』는 강박관념에 쫓기듯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 대립으로 혼미상태다. 지난해 12월12일 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작된 근로자들의 파업은 노노간 대립과 회사측의 강경 방침이 맞부닥쳐 유혈중돌·맞고소 등 감정대립으로 치달으며 정면대결을 향해 가고 있다.
「선 협상」을 요구하는 파업근로자들은 해고근로자 원직복귀와 임시총회소집을 주장하는데 반해 회사측은『기존 노조 이외의 불법단체와는 협상을 않겠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현 노조 측은「선 조업 후 협상」을 내세워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장기파업기간 중 잇따라 발생한 유혈폭력사태로 회사중역 등 30명이 입원하는 등 모두 3백32명이 다쳤으며 쌍방간에 2백50여 명이 업무방해·폭력사태와 관련, 맞고소·고발사태로 얽혀있다.

<파업지도부>
현 노조 측의 일방적인「선 조업 후 협상」에 반발하면서 장기파업사태를 주도해온 파업지도부 측은 회사측이 불법단체로 몰아 협상을 거절하는 바탕에 회사측과는 사태해결을 위한 협상기회도 갖지 못한 채 파업만 벌인 결과를 빚었다.
파업지도부는 1월6일 서태수 현 집행부를 불신임하고 이원건 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새 노조집행부 구성을 시도했으나 울산시로부터 절차가 불법이었다는 이유로 합법적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자 지난 13일 조합원 1만2천6백여 명의 서명을 받아 서태수 노조위원장에게 임시총회 소집요구를 해놓고 있다.
그러나 공권력 개입설과 18일 파업근로자 5명에 대한 사전영장발부, 기소중지노조원 4명 검거령에 따라 파업지도부 측은 강경 투쟁을 결의, 물리적 대항태세까지 갖추는 등 끝까지 맞설 태세다.

<현 노조집행부>
서태수 위원장중심의 현 노조는 파업지도부의 집단행동에 밀려 사실상 집행부의 기능을 잃어 장기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창구가 막혀있다.
그러나 이미 파업지도부 측의 임시총회 소집요구서를 접수한 노조 측은『서명날인 확인과 규약개정준비작업을 거쳐 임시총회를 소집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힌 채 구체적인 총회소집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당장 총회를 소집할 경우 파업지도부의 주도로 진행될 것을 우려, 파업에 가담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정상가동 시킨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총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회사방침>
노조설립 3년째인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규를 계기로 합법적 절차에 의한 노사관계를 정립한다는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87년「민주노조」설립요구로 진통을 겪은 데 이어 임금협상·단체협상 등으로 매년 한두 차례 씩 발생한 분규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에 밀려 굴복해온 회사측은 더 이상 불법행동에 의한 근로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작업을 방해해온 파업지도부를 비롯, 파업주도 근로자 1백43명을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와 관련, 형사 고발한데 이어 주동자 46명에게 파업기간 중 손해에 따른 2억 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1차로 제기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원건 씨 등 파업근로자 55명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에 회부, 해고 등 중 징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의 이 같은 조치는 올 봄이 고비가 될 그룹계열사의 단체협상이나 임금협상에서 현대중공업사태 해결여부가 노사관계 정립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을 내건 그룹차원의 일전으로까지 삼고있다.
또 임시총회에서 이미 사전영장이 발부된 이원건 씨 등 파업지도부가 참여하는 새 노조가 구성될 경우 불법단체로 간주, 인정할 수 없다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망>
노노와 노사간의 대립양상으로 번진 현대중공업사태는 뒤늦게나마 파업지도부의 임시총회 소집요구로 합법적 절차에 의한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노조 측은 파업지도부의 총회소집요구를 받아들여 빠른 시일 내 임시총회를 소집, 전체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해결점을 찾고 파업지도부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총회가 진행되도록 협조하는 것만이 마지막 해결책으로 보인다.
【울산=허상천·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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