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아기' 논란 중국 과학자 행방 묘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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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 교수 [중앙포토]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 교수 [중앙포토]

세계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의 행방이 일주일 째 묘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에 따르면 허젠쿠이는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 학술회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 이날까지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허젠쿠이는 학회에서 "유전자 편집을 통해 쌍둥이 여자아이 2명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도록 했다"고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허 교수는 홍콩의 학술대회장에 다시 나타나 자신의 실험에 대해 사과했지만, 윤리적 논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중국 당국은 즉각 조사에 착수하며, 허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관련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주관 부서인 중국 과학기술부는 "출산을 목적으로 인간배아 유전자 편집은  중국에서 명백히 금지된 사안"이라며 "허젠쿠이가 관련 법규를 위반하고, 과학계 윤리 마지노선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미 그의 과학 연구 활동을 중단시켰다고 전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허 교수는 중국 선전의 남방과학기술대학(SUST) 부교수로 재직하며 유전자 편집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일부 매체는 그가 홍콩 학회에서 '폭탄 발언' 후 남방과기대 총장의 명령으로 선전으로 돌아왔고, 이후 캠퍼스나 자택에서 연금을 당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선전에 있는 남방과기대 캠퍼스에는 보안요원들이 배치되는 등 경계가 삼엄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젠쿠이의 행방불명 의혹 제기에 남방과기대 측은 허젠쿠이 구금 의혹을 부인하며 "현재로써는 그 누구의 정보도 정확하지 않고, 우리도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대학 측은허젠쿠이의 연구가 대학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며 "허젠쿠이는 지난 2월 이후 휴가 상태로, 대학 밖에서 진행된 그의 연구에 관해서도 전혀 몰랐다"고 발표했다.

또 "어떤 정보든 허젠쿠이에 대해 알게 되면 공식 채널을 통해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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