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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영화] 태극전사 승전보 기다리며 … 축구영화 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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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우리 축구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민용 감독의 '보리울의 여름'(2003)은 신부님과 스님이 이끄는 시골 소년 축구단의 경쟁과 단결을 그린 착한 영화다. 방성웅 감독의 '교도소 월드컵'(2000)은 유엔 인권위원회가 세계 교도소 월드컵을 제안하자, 원주 교도소 재소자들이 감형 포상을 꿈꾸며 몸 단련에 들어간다는 코미디다.

감옥 축구팀이 더 있다. 존 휴스턴의 '승리의 탈출(Victory)'(1981)은 2차 대전 중 독일군 수용소에 수감된 연합군 포로팀과 독일군의 축구 시합을 그렸다. 축구 시합이 2차 대전을 반영하는 구도다. 마이클 케인, 막스 폰 시도우, 실베스터 스탤론과 같은 스타가 뛰지만 축구 팬에게 가장 큰 선물은 축구 황제 펠레의 출연이다. 펠레는 발놀림이 기막힌 포로로 나와 신기에 가까운 경기를 펼친다. 베리 스콜니스의 '그들만의 월드컵(Mean Machine)'(2001)은 웨일스를 대표했던 프로 축구 선수 출신 배우 비니 존스가 주인공이다. 경찰 구타죄로 감옥에 들어간 축구 스타가 간수 대 죄수 축구 시합에서 죄수팀 주장을 맡아 자신을 희생한다.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축구 스타가 본명으로 출연하는 영화도 눈에 띈다. 대표 선수는 미남 축구 스타의 대명사 데이비드 베컴. 이민 2세대 인도 소녀와 영국 소녀의 축구 선수 꿈을 그린 '슈팅 라이크 베컴'(2002)에서 베컴은 대역을 허락했다. 후에 영화를 본 베컴은 직접 출연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고 고백했단다. 그래서인지 베컴은 2005년에 '골'과 '레알'에 실명으로 깜짝 출연했다. 대니 케논의 '골'은 멕시코 소년의 우여곡절 영국 프리미어리그 진출기다. 보르하 만소의 '레알'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팀으로 날아온 팬레터 5개를 극화한 다큐풍 영화로 베컴 외에 지단, 호나우두, 라울 등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장애인이나 여성도 축구를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 저지 도마라스키의 '천국의 장원(Struck by Lightening)'(1993)은 다운증후군 장애인들이 축구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는 감동적인 호주 영화다. 홀리 골드버그 슬로안의 '빅 그린'(1995)에선 여교사가 축구 코치로 부임해 시골 주민과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개와 소림사 출신 무술인이 축구를 한다면 어떨까. 알랭 샤베의 '디디에'(1997)는 섬광을 맞은 개가 인간으로 변해 놀라운 개의 감각으로 진기명기를 펼친다는 프랑스 코미디다. 주성치 감독.주연의 '소림축구'(2001)에선 소림 권법과 축구가 만나 하늘과 땅을 날아다니는 괴력의 축구를 선보인다.

월드컵 경기를 보려고 애쓰는 부탄.독일의 소년.소녀도 만나보자.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컵'(1999)은 히말라야 부탄의 수도원을 무대로 한 실화극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한 TV 설치로 바쁜 어린 수도승이 우릴 미소짓게 한다.

쇤케 브르트만의 '베른의 기적(Das Wunder von Bern.2003)'은 우리나라 축구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진출했던 1954년 스위스 베른 월드컵 경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패전의 우울이 가시지 않은 탄광 도시 루르에 사는 11세 소년이 결승전에 진출한 독일을 응원하기 위해 장도에 오른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TV로 볼 수 있게 해달란다는 북한 소식과 함께 떠오르는 영화는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대니얼 고든의 '천리마 축구단(The Game of Their Lives.2001)이다. 1966년 영국에서 열렸던 제8회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랐던 북한 선수들의 당시 경기와 현재 모습을 담았다. 평균 신장 1m62cm의 북한 선수들이 빠르고 일사불란한 공격 축구로 서구 강호를 꺾었던 감격의 순간 이들을 응원했던 영국 관중의 회고를 들을 수 있다.

서울 명동의 CQN극장 8층 로비에서는 30일까지 하루 세 번 무료로 이 영화를 상영한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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