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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일 지식인’이 뚫어본 일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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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호 32면

책 속으로

언어와 탱크를 응시하며

언어와 탱크를 응시하며

언어와 탱크를 응시하며
가토 슈이치 지음
서은혜 옮김, 돌베개

한·일 관계에 또다시 난기류가 일고 있다. 대법원의 잇따른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우리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공식화로 양국 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게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헌법 9조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악재의 연속이다.

이런 시점에 나온 가토 슈이치(加藤周一·1919~2008년)의 『언어와 탱크를 응시하며』 한국어 번역판은 우리에게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이 2차 대전서 패전한 직후인 1946년부터 2005년까지 아사히신문 등에 쓴 평론 27편을 수록한 『언어와 탱크를 응시하며』에는 가토 슈이치의 일본관과 세계관이 잘 담겨 있다.

비록 그가 작고한 지 10년이 지난 다음에 나온 한국어 번역본이지만 천황제, 군사대국화, 헌법 9조, 교과서 검열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핫 이슈가 되는 문제들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곱씹어 볼 수 있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그가 왜 ‘마지막 지식인’ ‘저항하는 지식인’이라 불렸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국에서의 반일 감정, 일본에서의 혐한론은 상대방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편협한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을 먹고 자란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양국의 지식인들이라고 불리는 엘리트들조차 그 덫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남용하거나 악용하려 들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 가토 슈이치의 이 책을 통해 일본 지식인의 고뇌를 함께 느끼며 대화하는 동안 뭔가 해답의 자락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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