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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외국상의들 "한국 규제정책 오락가락…예측가능성 높여야"

중앙일보

입력

30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주한유럽상공회의소·주한영국상공회의소·한불상공회의소·한독상공회의소가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과 관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30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주한유럽상공회의소·주한영국상공회의소·한불상공회의소·한독상공회의소가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과 관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한외국상공회의소 5곳이 30일 "한국 규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주한외국상의들이 공동으로 한국의 정부 정책을 비판한 건 처음이다.

30일 미국·유럽 상의 이례적 공동성명 #"규제 자주 바뀌어 기업활동 어려워" #유럽상의, "한국은 갈라파고스 규제국"

주한미국상공회의소·주한유럽상공회의소·주한영국상공회의소·한불상공회의소·한독상공회의소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18 주한미국상의 한국 기업환경 세미나'에 참석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의 투자환경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예측 가능성 제고를 요구했다. 규제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너무 자주 바뀌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것 역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주한외국상의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산업에 대한 규칙 등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5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외국인을 위한 세제 혜택을 폐지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세제 혜택 폐지로 해당 외국인들이 다른 국가로 이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는 축사에서 "북한의 탈핵화도 필요하지만, 남한의 탈규제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자로 나선 기업인들도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핀테크 기업 디렉셔널의 정지원 대표(변호사)는 "핀테크 관련 규제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내가 변호사인데도 규제 관련 법령을 파악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규제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글로벌 인사 솔루션 기업 켈리서비스의 전유미 대표는 "노동 시장 규제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사업하기 어려운 국가"라고 했다. 전 대표는 "이런 규제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에 '한국 시장에 진출하라'고 추천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업들을 지금보다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기업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규제 완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유럽상의 "한국, 독특한 규제 많아…갈라파고스 규제국"

3일 전인 27일에는 유럽상공회의소가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규제 상황을 비판했다. 크리스토프 하이더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독특한 규제가 많은 갈라파고스 국가"라고 말했다. 유럽상의는 123개의 규제 개선안을 담은 114쪽짜리 규제 백서를 발간했다.

주한외국상의들이 잇따라 한국의 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국내 기업보다는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해외 기업들이 '숨통을 틔워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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