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처-동자부 관할권 싸움|원전 안전관리업무 싸고 "티격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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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관리업무를 놓고 지금까지 이 업무를 수행해 온 과기처와 이 업무를 이관해 가려는 동자부 사이에 업무주도권 싸움이 번지고 있어 원전의 품질보증과 안전성확보차원에서 많은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있다.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의견대립을 보여온 원자력행정의 관할권 다툼이 재연된 것은 최근 국회 본회의가 한전공사법 개정법률안을 의결하면서 원자력행정의 일원화를 내용으로 하는 부대의견까지 함께 채택함으로써 비롯됐다.
이 부대의견은 『(전략)…현재 원전에 대한 발전사업과 안전관리가 이원화되고 있으므로 원자력발전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동자부가 대다수 원전보유국이 채택하고 있는 바와 같이 안전관리와 상용화된 연구개발까지 관장토록 함으로써…(중략)…조속히 원자력발전에 대한 행정체계를 일원화할 것』으로 돼있다.
이는 전기사업법의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설치·유지·보수·운전 및 보안 등에 관한 사항은 원자력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에 위배되는 것이다.
원자력법에는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운영 등에 관해 과기처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으며 과기처는 각 원전에 주재관을 파견해 감독하고 있다.
과기처 원자력국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사업은 다른 에너지와는 달리 방사선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특수성 때문에 엄격한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안전규제의 질과 객관성 유지를 위해 독립된 규제기관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이번의 부대의견은 안전성 확보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제추이를 잘못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기준에도 「원자력에 대한 안전관리와 사업은 서로 독립성을 유지해야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받는다」고 돼 있으며 특히 「안전규제기관이 원자력발전사업과 같은 업무의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정해 각 국에 이를 이행토록 촉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보유국 28개국 가운데 단 3개국만이 규제와 사업이 일원화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에서는 그러잖아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원자력상식을 벗어나는 일원화 주장은 국민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사업자가 안전관리까지 겸할 때 원자력사고예방을 위한 감시업무는 소홀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편 동자부의 한 관계자는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는 원자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전기사업 소관부처인 동자부로 행정이 일원화돼야 하며 현실에 맞지 않는 원자력법과 전기사업법도 개정돼야 한다』고 말하고 품질보증이나 안전성심사확인 등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과기처는 고속증식로 등 첨단분야의 연구개발만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다툼의 원인은 동자부가 행개위의 정부기능조정작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
과기처 또한 현안문제에 적절히 대응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한국에너지연구소 한필순 소장은 과기처와 동자부의 업무협조가 잘 안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안전업무를 한 부처로 일원화하기보다는 원자력의 연구개발·사업·안전을 총괄하는 상위개념의 별도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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