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불협화음에 증발한 '장한나 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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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첼리스트 장한나(23)가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를 열기로 한 것은 지난해 8월. 이명박 서울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 여름방학부터 초등학생들을 위해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이 시장은 서울시 문화과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에 '장한나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당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4일간 7회 공연에서 첼리스트 장한나가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협연도 하고 해설, 지휘까지 맡을 참이었다. 동료 연주자와 연주 곡목까지 직접 결정했다. 장씨는 항공료와 숙박비를 제외한 출연료는 한푼도 받지 않기로 했다. 예산은 동료 연주자 출연료와 홍보비를 보태 1억 5000만원. 입장료도 5000~1만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장씨의 한국 측 매니저인 PMG 박교식씨는 "세종문화회관이 '나이도 어린 연주자가 무슨 마스터클래스를 하느냐'며 처음부터 비협조적이었다"며 "대관료와 교향악단 출연료를 빼고 나니 실제 예산은 1억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영배 세종문화회관 공연사업본부장은 "장씨 측이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의 무료 출연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며 "예산과 장소만 제공하고 공연 진행과정에 손을 떼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연 취소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에 앞서 처음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청소년 음악회를 하기엔 너무 큰 공연장이었다. 고국의 음악계를 위해 뭔가 보탬이 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무료 출연을 자청한 장씨의 성숙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뭔가 모자란 느낌이다. 대형 무대를 고집하기보다는 지방의 학교를 돌면서 초등학생 500명 정도를 무료로 초청해 독주회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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