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향한 미움 잘 알아 뮤지컬이 진정제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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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진=김성룡 기자

"문화 침략이 아니다. 수천년간 한국을 통해 문화를 받아들인 데 대한 보은(報恩)이다."

7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가진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라이언 킹' 제작발표회장. 아사리 게이타(73.사진) 대표는 잔뜩 몸을 낮추었다. 시키는 2년간 논란 끝에 10월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 개관작으로 화려하게 한국에 상륙한다. 게이타 대표는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한듯 '문화 교류'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에서 번 돈은 절대 일본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몽땅 한국 뮤지컬 시장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왜 한국에 진출하려는가.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한국 배우로 한국어로 한국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 시키엔 한국 배우가 60명가량 있다. 둘째 실력 위주의 오디션이 한국에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 한국은 지나치게 스타 시스템에 의존한다. 셋째 티켓 가격을 낮춰 뮤지컬 대중화에 일조하고 싶다. 이번 공연은 최고가 9만원, 최저가 3만5000원이다. 기존 대형 뮤지컬보다 훨씬 싸다."

-2년 전 한국에 진출하려다 번복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개인적으로 40여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 논의에 일부 참여했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일본을 미워하는지 잘 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문화 교류가 중요하다. 시키의 한국 진출도 그런 차원이다. 2년 전엔 반발이 컸지만 최근 공연을 해달라는 부탁이 많아지는 등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샤롯데가 시키의 전용 극장이 되나.

"절대 그렇지 않다. '라이언 킹' 이후 해외 뮤지컬을 수입해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어린이 연극도 하고 싶고 '햄릿' 같은 정극도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고 김수근(건축가)씨가 만든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싶다."

-제작비는.

일본 시키 극단의 한국배우들이 제작발표회장에서 '라이언 킹'중 일부를 선보이고 있다.

"1년 기준 215억원이다. 1년 정도 공연하면 손해는 크게 안 볼 것 같다. 관객만 많이 든다면 3년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한국엔 뮤지컬 전용 극장이 없어 티켓도 비싸고 시장도 좁았다고들 말한다. 동의하나.

"24년전 '캣츠'를 시작할 때 일본에서도 공연은 3개월이 고작이었다. '캣츠 씨어터'란 가설 극장을 지어 현재와 같은 전용 극장이 생기는 발판을 마련했다. 전용 극장 탓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프로듀서가 모험심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 배우들의 역량은.

"12년전 한국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공연했고, 이후 한국 배우들을 뽑아왔다. 그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 "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아사리 게이타=1953년 게이오대학 재학중 극단 ‘시키’을 만들었다. 연극과 뮤지컬의 연출·프로듀서 뿐만 아니라 나가노 올림픽 개막식·폐막식을 연출하기도 했다. 2년 전 한국에 진출하려다 반발에 부딪치자 “한국 공연 프로듀서 협회가 반일감정이라는 불공정한 방법을 사용해 우리를 막으려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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