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마항쟁 계엄 포고령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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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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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부산·마산민주항쟁 당시 부산지역에 선포된 계엄 포고령과 위수령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64)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1981년 2월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를 거쳐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2016년 5월19일 ‘부마항쟁보상법’의 특별재심 규정에 기초, 재심을 청구한 김씨에게 이 사건의 원심인 부산고법은 앞선 판결을 깨고 같은해 9월 8일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김씨는 1979년 10월20일 부산 중구에 당시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하러 온 당시 손학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운동 간사(현 바른미래당 대표) 등에게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손 간사를 만나 "데모군중이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렸다", "이번 데모에서 총소리가 군중에서 났다"고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해 10월18일 부산지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유언비어 날조, 유포 등을 엄금한다는 부산지구 계엄사령관의 포고가 있었다.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부산고법은 2016년 9월 "김씨의 발언은 유언비어에 해당하지 않으며, 자신의 언동이 유언비어에 해당한다는 인식도 없었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또 "당시 계엄 포고가 국민의 표현 자유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군사상 필요성이 있는 상태에서 공포된 것이 아니라서 위법·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비상계엄의 선포나 계엄 포고령의 발령은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죄형법정주의 위반이 아니다"라며 상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지난달 8일 부마 민주항쟁 당시 박정희 정부의 계엄 포고가 '군사상 필요성'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 체제에 반발해 1979년 10월16일부터 5일간 부산과 마산(현 창원시)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다.

마산에서는 10월18일 오전 경남대 교내 시위를 시작으로 시민들까지 항쟁에 가세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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