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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美와 달리 난민 반긴 우간다·스페인 정부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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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지대에 몰려있는 중미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의 모습. [EPA=연합뉴스]

멕시코 국경지대에 몰려있는 중미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의 모습. [EPA=연합뉴스]

난민·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시작된 중미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Caravan) 약 3000명이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다가오자 미국은 이들에게 막기 위해 군 병력 7000명을 배치해 최루탄을 살포했고, 멕시코인들은 캐러밴 반대 시위를 열었습니다.

범아프리카주의 바탕으로한 우간다 #스페인 “난민으로 저출산해결 가능”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

유럽에선 2015년 시작된 난민 행렬에 극우 정당 열풍이 불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세계 정세 속에서 난민을 환영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우간다와 유럽의 스페인인데요. 지금까지 우간다는 110만 명, 스페인은 4만 9000명의 난민을 수용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난민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용적 포용주의’ 내세운 우간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간다와 스페인의 역사·사회적 배경을 돌아봐야 합니다. 먼저 우간다의 경우, 32년 간 집권 중인 요세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범아프리카주의(Pan-Africanism)를 내세우고 있죠. 범아프리카주의는 서방 국가에 대항해 흑인들 간 연대를 추구하는 사상입니다. 이 때문에 내전 경험이 있는 우간다는 남수단 내전으로 자국을 탈출한 난민을 자신들과 같은 민족으로 여기고 포용하고 있습니다.

우간다에 거주하는 남수단 난민 어린이들의 모습. [AP=연합뉴스]

우간다에 거주하는 남수단 난민 어린이들의 모습. [AP=연합뉴스]

게다가 우간다에선 난민을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여깁니다. 우간다는 1인당 GDP가 세계 176위인 717달러(81만원)밖에 되지 않는 나라로, 최빈국에 속합니다. 이런 국가에서 난민을 계속 받는 게 얼핏 보기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우간다 정부는 난민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간다 경제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현재 우간다는 해외원조금 30%를 난민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황무지였던 지역에 난민들을 위한 병원, 학교를 세우는 것인데요. 이런 투자는 난민뿐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농부인 샤를 아자무크(27)는 “우리는 인구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난민들에게 기꺼이 땅을 빌려줄 수 있다”며 “우린 그들을 형제라고 부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우간다에선 난민들과 ‘실용적인 공존’을 추구하고 있는 겁니다.

스페인 외무장관 “난민이 저출산문제 해결”

스페인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난민 수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난민 수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도 우간다만큼은 아니지만 경제 사정이 좋은 국가는 아닙니다. 현재 스페인의 실업률은 15.2%로 유럽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데요, 그럼에도 워싱턴포스트(WP)는 스페인을 두고 ‘유럽에서 난민을 가장 환영하는 나라’라고 칭합니다.

이들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게 높은 실업률과 이민자 증가의 상관 관계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드리드에 위치한 싱크탱크 엘카노왕립연구소는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 중 일부만 이주노동자와 경쟁한다”고 발표했고, 퓨 리서치 센터 설문 조사 결과 스페인 성인 86%가 난민 수용에 찬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 2월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우리 집이 당신들의 집이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정부에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기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스페인에서 반(反)난민 정서가 낮은 건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남긴 경각심 때문입니다. 1936년부터 1975년까지 독재를 한 프랑코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과 이탈리아와 동맹을 맺으며 강력한 국가주의를 내세웠습니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스페인에선 국가주의를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에선 거의 유일하게 극우정당이 없는 나라죠. 현재 중도 좌파인 사회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는데 지난 8월엔 유럽 최초로 약 600여 명을 72시간 동안 수용할 수 있는 난민캠프를 여는 등 친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취임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AP=연합뉴스]

지난 6월 취임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AP=연합뉴스]

또 스페인 당국자들은 난민이 저출산 시대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호세프 보렐 외무장관은 “유럽 인구 변화 양상을 고려할 때 우리가 고령화 대륙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새로운 피가 수혈돼야 한다”며 “새로운 피는 우리의 생식 능력을 통해 수혈되지는 않으리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호세 알라르콘 헤르난데즈 노동부 장관도 “1년 내 5만 명 정도의 난민이 도착하는 걸 무서워해선 안 된다. 스페인의 인구는 4000만 명이나 된다”고 했죠.

난민수용정책, 언제까지 지속될까

지금과 같은 우간다와 스페인의 난민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가난한 나라인 우간다가 쏟아지는 난민을 모두 받아줄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구호단체들이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달 우간다 총리실 산하에서 난민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 3명이 더 많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약 110만 명인 난민을 140만 명으로 부풀려 신고해 기소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가짜 난민 이름을 등록하고 지원금 수백만 달러를 사취한 혐의입니다.

스페인 정부도 슬슬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지나치게 많은 난민이 스페인으로 몰린 겁니다. 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사회노동당이 국회에서 차지한 의석이 4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정세 변화에 따라 난민 수용정책이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회운동가들이 콜롬버스 동상위에 난민을 상징하는 주황조끼를 걸고 있다. 이 조끼에는 난민을 수용하자는 의미의 '팔을 벌려라'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회운동가들이 콜롬버스 동상위에 난민을 상징하는 주황조끼를 걸고 있다. 이 조끼에는 난민을 수용하자는 의미의 '팔을 벌려라'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UN과 스페인 정부는 공통적으로 국가 간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간다는 많은 국가가 실행하지 못한 난민정책을 훌륭하게 펼친 상징적인 국가”라며 “우간다를 향한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산체스 총리 역시 “수년 동안 지속된 도전 과제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감과 단결”이라며 “이민은 개별 회원국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공통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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