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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힘 겨루기로 소모전 양상|소군 철수한달 아프간 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5일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의 완전철수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회교반군은 제3의 도시 잘랄라바드를 놓고 1주일 째 수천 명의 전사자를 내는 힘 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잘랄라바드 공방전은 결과에 따라서 현「나지불라」친소 정부측과 반군 측이 소련군의 완전철수 후 각각 도시와 농촌을 거점으로 유지하고 있는 미묘한 균형을 한쪽으로 기울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결정적인 전투로 평가받고 있다.
수세의 정부군과 공세의 반군은 서로 잘랄라바드 전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양측이 막대한 전상자를 낸 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만이 확실할 뿐 아직 전황은 불투명하다.
인도의 PTI 통신은 14일 카불 발·보도에서 정부소식통을 인용, 정부군이 지난 6일부터 벌어진 잘랄라바드 공방전에서 3천5백 명 사살 등의 전과를 올리며 반군을 격퇴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정부군 측의 피해는 밝히지 않은 채 반군이 미국이 공급한 사정거리 80㎞ 이상의 장거리 스커드 미사일등 48시간동안 1만2천 발의 로켓탄을 잘랄라바드에 쏟아 부었다고 말한 것으로 이 통신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반군소식통은 반군들이 24시간의 소강상태 후 재개한 간 밤의 공세에서 잘랄라바드와 카불을 잇는 간선도로를 차단하는 한편 두 도시 중간지점에 있는 사로 비 지구의 정부군진지 수 개소를 함락하고 잘랄라바드바로 북쪽의 진지 4개소도 점령하는 등 외곽전초기지의 정부군을 잘랄라바드로 퇴각시킴으로써 커다란 타격을 안겨 주었다고 주장했다.
반군소식통은 지금까지의 반군전사자를 약 1백 명으로 주장했는데 서방외교관들은 수백 명 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군은 또 약 7백 명의 정부군을 포로로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군소식통은 또한 정부군 군용헬리콥터 20∼30대가 14일 반군의 치열한 로켓포 및 박격포 세례를 뚫고 잘랄라바드에 착륙했다고 전하면서 이 헬기들이 병력증원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군 철수를 위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3일에도 군용수송기 6대가 착륙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다른 반군소식통이 전했는데 반군야전사령관들은 지난해의 쿠나르 성 바리코트 장기포위전 때와 같이 이들 헬기와 수송기가 정부관리 및 군대를 철수시키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카불에서는「나지불라」대통령이 미소 양국과 회교회의 기구·유엔·비동맹운동 등에 협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개입해 줄 것을 호소하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선 어느 쪽이 이기든 승부가 빨리 나기만을 바라는 일전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카불에는 잘랄라바드의 정부군이 탈주 범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소련군의 도움 없이 반군의 공격에 견뎌 내는데 대해 일종의 자긍 감도 감돌고 있다.
이외에 잘랄라바드에서 멀리 떨어진 카불과 소련을 잇는 살랑 도로 주변의 진지에 배치된 정부군과 반군들 일부는 서로 물물교환도 하는 등 긴 겨울이 끝나고 다가온 파종기와 함께 10년 전쟁을 끝내는 사실상의 휴전양상도 보이고 있다. 【AP·AFP담·UPI=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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