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현대차 경영공백 와중에 모터스포츠 사업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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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가 2000년 시작했다 중단한 모터 스포츠 사업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마케팅 수단으로 연간 수백억원을 들일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회의론이 강하게 인데다 최근 경영 공백으로 이를 강력하게 밀고 나갈 리더십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세계 3대 모터 스포츠 대회의 하나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일반 양산 차를 레이싱 카로 개조하고 대회 조직위원회 및 운영 대행사에 수십억원을 지불하는 등 줄잡아 연간 수백억원이 들어간다.

현대차는 올들어 신형 베르나(수출명 엑센트) 개조차로 2002년 그만 둔 모터 스포츠 사업 재개를 준비해 왔지만 결국 내년 대회 참가에 필요한 서류를 대회 조직위에 보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주차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도 해체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이 사업의 마케팅 효과에 의구심을 가진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00년 베르나 개조차로 WRC에 처음 참가했으나 성적은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최고경영진은 투자 대비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점 등을 들어 2002년 대회 참가를 중단했다. 당시 현대차는 영국의 모터 스포츠 회사인 GSD와 3년 계약을 해 WRC 관련 업무를 대행케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WRC 참가에는 막대한 경비가 소요돼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한데 현재로선 부정적이어서 상당 기간 대회 복귀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포츠마케팅부와 연구소에서 하던 WRC 관련 프로젝트도 사실상 중단됐다. 현대차는 WRC 뿐 아니라 세계 모터 스포츠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포뮬러 원(F1) 에 참가할 것을 검토해 왔지만 2010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F1에 참가하려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도요타는 '글로벌 빅5'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늦은 2002년 F1에 뛰어들었다. 4년째 레이스 성적은 중하위권이지만 'F1 마케팅'에 힘입어 북미에 비해 부진했던 유럽에서 판매 증대 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모터 스포츠 전문가인 이승우씨는 "명실공히 세계 5대 자동차 업체가 되는데는 모터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WRC란=유럽 10여 개국과 일본.호주 등 16개국에서 매년 열리는 자동차 경주대회다. 거의 1년 내내 전용 서킷이 아닌 일반 포장.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경주가 나라를 돌아가며 열린다. 2000㏄ 미만에 연간 2만5000대 이상 생산하는 일반 차를 개조해 경주를 한다. 이 때문에 양산 차의 성능 시험장으로 불린다. 경주차에는 운전자.보조운전자가 탑승한다. 최고 300마력, 250㎞/h까지 낼 수 있다. 급격한 커브 코스가 많아 차체가 크면 불리해 베르나 정도의 소형차급이 대부분이다. 포드.푸조.수바루.혼다.스코다(폴크스바겐 그룹) 등이 참가한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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