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조치' 4년 … 북한경제 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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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인쇄소도 생기고 있다. 지난달 17일 평양국제상품전람회가 열린 3대혁명전시관에 등장한 컴퓨터와 사진 프린터를 갖춘 매대(간이판매대). 광고판에 '15분만에 찾는 컴퓨터 즉시사진' '가격 500원'이라고 적혀 있다. 평양=특별취재단

북한에 물질적 인센티브를 크게 확대하는 성과급제가 정착되면서 돈이 돌고 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던 북한 공장.농장의 생산성도 함께 빠르게 회복돼 임금과 물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반면 실적이 나쁜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생활비에 크게 모자라는 최소한의 임금을 감수해야 하는 양극화 현상도 확대되고 있다.

본사 특별취재단은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 평양과 남포.대안 등지의 공장.기업과 농장.식당.호텔 등 북한의 다양한 경제현장을 심층 취재했다.

평양시 평천구역에 있는 평양3월26일전선공장의 '재정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 공장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임금은 북한 돈으로 월 1만5000~2만원 수준이었다. 5월 2일자 북한 공식환율 1달러당 14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돈 약 10만~13만5000원이다. 4000원 내외인 기준 임금의 4~5배에 달한다. 최근 2~3년 사이 설비 현대화 등을 통해 월평균 7437만8000원(한국돈 5억500만원)의 총수입 목표를 20% 이상 초과한 8966만7000원(한국돈 6억850만원)의 수입을 올린 결과다. 이 공장 김성운(49) 기사장은 "소속 부서와 개인별 실적에 따라 다달이 생활비(임금)가 다르게 지급되면서 생산 열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이 지어준 대안친선유리공장도 근로자 평균 임금 1만원 중 성과급이 6000원을 차지한다고 이 공장 박정웅(39) 제1부지배인이 밝혔다.

생산계획을 초과 달성하는 경우 수입이 크게 느는 것은 농업부문도 마찬가지다. 평안남도 강서군 청산협동농장은 지난해 벼와 과수 등 생산물을 국가에 수매해 받은 돈을 600여 명의 농장조합원들에게 1인당 평균 40만~50만원(한국돈 271만~340만원)씩 분배했다.

취재팀에 합류한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평양3월26일전선공장 근로자 임금이 월별, 소속 부서별로 상당한 차이가 나고 기준 임금보다 훨씬 많은 임금이 1년 내내 지급되는 것으로 보아 성과급제가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수입이 늘면서 물가도 함께 크게 오르고 있다. 평양에서 합영공장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2002년 7.1조치 직후 5인 가족 생활비가 월 8000원(한국돈 5만4000원) 정도였으나 현재는 물가가 많이 올라 2만원(한국돈 13만5000원)가량 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시 곳곳에 크게 늘어난 길거리 '매대(포장마차 형태의 간이판매대)'와 유명 음식점이 호황을 누리는 등 주민들의 씀씀이도 늘어났다. 평양시 중구역 연화동에 위치한 고급음식점 '민족식당' 의 한 종업원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평양 주민들이 몰려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평양=특별취재단

평양 특별취재단

▶취재 강영진.김영욱.안성규.홍병기.유철종.정용수 기자 ▶사진 신동연.김춘식 기자 ▶자문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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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현장을 가다 ③2006. 6. 9

북한 경제 현장을 가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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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현장을 가다 ④200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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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현장을 가다 ⑤2006.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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