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장세 땐, 고배당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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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시의 조정국면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해마다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다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이 배당주 투자의 매력이다.

지난해 이후 대다수 종목의 주가가 워낙 많이 오르는 바람에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비율)이 높은 종목을 찾기가 다소 힘들어지긴 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 조정으로 펀드와 주식의 투자 수익률이 뒷걸음치자 시가배당률이 은행 예금금리(연 5% 안팎) 수준만 넘어도 '고배당주'로 부각되고 있다.

◆잘만 챙기면 예금보다 낫다=배당 수익률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배당만으로 은행권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챙길 만한 종목은 여전히 많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거래소.코스닥) 가운데 2005회계연도 주당 배당금 기준 시가배당률(5일 종가 기준)이 5% 이상인 종목은 103개에 달한다. 거래소 45개, 코스닥 58개다.

거래소 시장에선 한국쉘석유가 가장 많은 배당 수익을 돌려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주당 1만5000원을 배당, 25%의 시가배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텔로드.대성엘텍.홈센타 등의 배당 수익이 9% 이상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올해에도 2005년 수준의 이익을 낸다면 지난해와 비슷한 배당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증시가 지루한 조정 장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높은 배당을 주는 종목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효과 높이려면=일반적으로 배당주는 배당기인 연말이 다가올수록 주목을 받고,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따라서 매수 시점을 가급적 앞당기는 게 좋다. 에어컨을 비수기인 겨울철에 미리 장만해야 싸게 살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보통 배당주는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5~6월부터 서서히 오름세를 탄다"며 "12월 결산 고배당주도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전인 여름에 사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무조건 과거의 배당 성적표만 보고 덥석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전에 배당을 많이 한 종목이라도 반드시 순익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순익이 줄면 배당도 덩달아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벌어들인 돈(이익) 대신 이전에 쌓아둔 돈(잉여 현금)으로 배당하는 기업 역시 배당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과거 3년간 안정적인 배당을 실시했고, 현금흐름 및 순이익이 괜찮은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추려야 한다"고 권한다. 또 배당주의 투자 기간도 2~3년 정도로 비교적 길게 잡아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 연구원은 "개인이 배당주에 투자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큰 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적합하다"며 "고배당 종목을 골라내는 게 어렵다면 배당주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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