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피플 <4> 개막일 결혼하는 이철민·박현정 커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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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박현정 커플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광장에 설치된 미니 알리안츠 아레나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정현 기자

독일 월드컵 개막에 맞춰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 여행지도 독일로 정한 예비부부가 있다.

이철민(29).박현정(26) 커플은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는 6월 10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결혼식 후 두 사람은 독일 뮌헨으로 날아가 개막전이 열리는 알리안츠 아레나를 둘러본 뒤 한국-토고 전이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로 이동, 코메르츠방크 스타디움에서 한국팀을 응원할 예정이다.

둘의 독일행은 쉽지 않았다. 2000년 호주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만나 2004년 연인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지난해 말 결혼하기로 하고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신혼여행 기간이 독일 월드컵과 겹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이들은 난감해졌다. 두 사람 모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축구 매니어였기 때문이다.

예비신부 박씨가 "월드컵을 못 보게 생겼네"라며 안타까워하자 예비신랑 이씨는 "못 보는 게 어딨어. 직접 독일에 가서 보면 되지"라며 달랬고, 둘은 월드컵 입장 티켓 구하기에 들어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에 티켓을 신청했으나 추첨에서 떨어졌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한국에 배당된 표를 신청했지만 또다시 낙방한 이들은 대기자 명단에서 기회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당첨됐던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반납한 표가 그들 몫으로 찾아왔고 4월 말 고대하던 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숙소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일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이라 호텔에 묵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자 유스호텔로 한 단계 낮춰 방을 예약했다. 박현정씨는 요즘 자신의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에 티켓 사진을 올려놓고 자랑이 한창이다.

포항 출신인 이철민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프로축구단 포항의 팬이었다. 박씨는 2002월드컵을 통해 축구의 맛을 알게 됐다. 당시 한국팀의 승리에 도취해 새벽까지 친구들과 돌아다니다가 어머니에게 혼도 숱하게 났다.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둘의 데이트 장소는 주로 상암 월드컵경기장 부근이었다. 둘 다 박주영을 좋아해 FC 서울 경기를 함께 보러 다녔다.

"축구경기도 보고, 근처에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볼 수 있어 환상적인 데이트 코스"라는 게 두 사람의 설명이다. 신혼집도 상암 경기장 부근인 망원동에 마련했다. 이철민씨는 "4강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지만 원정경기인 만큼 16강 진출만 해도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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