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전용 성남비행장에 뜬 의문의 항공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항공 비행기가 공군기지인 경기도 성남공항에서 이착륙한 경로가 항로추적앱에 나와있다. [앱 캡처]

대한항공 비행기가 공군기지인 경기도 성남공항에서 이착륙한 경로가 항로추적앱에 나와있다. [앱 캡처]

요즘 외국 순방길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주 보도되면서 대통령 전용기가 뜨고 내리는 서울공항도 자주 언론에 나온다. 서울공항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공군 기지로 대통령의 해외방문 및 해외 국빈들의 방한 시 등에 이용되고, 군 작전 수행을 위한 군사시설이 대부분이다.

군이 대한항공서 빌린 전세기,대한항공 기장이 조종 #서울~두바이~우간다~두바이~서울 논스톱 운항 #남수단 주둔 중인 '한빛부대' 관련 비행인듯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런 서울공항에 최근 대한항공 비행기가 나타났다. 비행기의 경로를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HL7721(자동차 번호판과 같은 비행기 등록번호) 비행기가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떠나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곳(N/AㆍNot Available)에 착륙했다. N/A로 표시는 했지만 플라이트레이더24를 통해 비행기 위치를 확인한 결과 서울공항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항공 비행기는 곧 KE9963이란 편명을 달고 서울공항을 떠나 두바이공항으로 향했고, 20일 두바이공항을 경유해 바로 아프리카 우간다의 엔테베공항에 착륙했다. 또 이 비행기는 20일 당일 바로 엔테베 공항을 떠나 두바이를 거쳐 그날 바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두바이를 거쳐 엔테베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18시간임을 고려할 때 서울~두바이~엔테베~두바이~서울 구간을 19일~20일 양일간 거의 논 스탑으로 비행한 것이다.

이번에 우간다를 갔다온 대한항공 비행기 행로.19일 '인천발 N/A행'으로 표시된 맨 아래칸에서 N/A는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이다. [앱 캡처]

이번에 우간다를 갔다온 대한항공 비행기 행로.19일 '인천발 N/A행'으로 표시된 맨 아래칸에서 N/A는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이다. [앱 캡처]

그렇다면 이 비행기는 왜 출발지와 도착지를 밝히지 않고(N/A) 운항을 한 것일까. 이 비행기의 탑승객은 누구일까. 이런 모든 의문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군사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한다. 다만 편명 KE9963의 맨 앞 숫자 9는 전세기에 붙이는 숫자라고 밝혔다. 여행사에서 띄우는 전세기처럼 우리 정부가 전세기를 띄웠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공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발 엔테베행 전세기에는 한빛부대와 관련한 탑승객 및 물자가 실렸을 가능성이 크다. 한빛부대는 2013년 3월 창설돼 아프리카 남수단 지역에서 약 300명의 대한민국 장병이 활동하고 있다. 유엔평화활동의 목적으로 남수단의 각종 건설사업 및 의료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다.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서 남수단의 주바 공항까지는 지역 항공기를 이용한다. 지난 2016년 6월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빛부대를 찾아 "당신들이 진정한 태양의 후예"라며 부대원을 격려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런 군 전세기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운항 스케줄 상 전세운항이 가능한 비행기가 선택된다. 이번에 엔테베를 갔다 온 대한항공 비행기도 도착 이틀 뒤인 22일 바로 인천~오사카 구간을 왕복 운행했다. 군 전세기라도 공군이 조종하는 건 아니다. 대한항공의 기장이 조정하며, 스튜어디스, 기내식 등 운항과 관련한 모든 것이 일반 대한항공 비행기와 동일하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