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세리' 이선화 신인왕 굳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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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가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갤러웨이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이선화(20.CJ)는 숍라이트 클래식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달 30일 꿈을 꿨다. 혼자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는 꿈이었다. 꿈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이선화는 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리조트의 베이골프장에서 끝난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3라운드 합계 16언더파로 역전 우승했다. LPGA 투어 생애 첫 승. 이선화는 우승상금으로 22만5000달러를 받았다. 또 올 시즌 준우승 세 차례에 우승까지 보탠 덕분에 경쟁자인 모건 프리셀(미국)을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신인왕 레이스 1위를 굳혔다. 외신은 '꿈은 이루어진다'며 이선화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전날까지 선두 미야자토 아이(일본)에게 2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이선화는 마지막날 데일리 베스트인 8언더파(버디 9, 보기 1개)를 몰아쳤다. 미야자토는 마지막날 3오버파로 무너져 공동 13위(합계 7언더파)로 미끄러졌고, 소렌스탐은 13언더파로 장정(기업은행)과 함께 공동 2위를 했다.

이선화는 여러 모로 박세리를 빼닮았다. 다부진 체격에 까무잡잡한 피부, 크지 않은 눈이 영락없는 박세리다. 부드러운 스윙과 타고난 승부 근성도 박세리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별명이 '세리'다.

이선화는 수많은 최연소 기록을 만들어 내며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준비된 신인이라고나 할까. 천안 서여중에 재학 중이던 2000년 역대 최연소인 14세2개월의 나이로 프로 테스트에 합격했다. 프로로 전향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KLPGA 2부 투어 1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인 2001년엔 KLPGA 1부 투어에 데뷔했고 곧이어 MC스퀘어 골프대회에서 15세3개월의 나이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프로골프 사상 정규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이었다. 이선화의 최연소 기록 3개는 2001년 KLPGA가 '만 17세 이하 선수는 프로 테스트에 응시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든 탓에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게 됐다.

미국 진출도 빨랐다. 18세이던 2004년 LPGA 2부 투어에 진출한 뒤 지난해 상금왕에 올랐다. 정규 투어에 데뷔한 올해는 12개 대회에서 66만 달러를 챙겨 상금랭킹 4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올 2월 필즈 오픈과 3월 마스터카드 클래식에서 잇따라 준우승을 차지했고, 4월 다케후지 클래식에서도 다시 2위에 올라 일찌감치 신인왕을 예약했다.

1m65㎝, 62㎏의 크지 않은 체격에 샷거리가 길지 않은 편이지만 승부 근성이 뛰어나고, 쇼트게임이 강하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돌부처'란 별명도 갖고 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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