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간부 28명 '물갈이'…일부 직원들 "인사 숙청" 반발

중앙일보

입력

서울주택공사(SH공사)가 28명의 간부직원을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인사 조치했다. 이를 놓고 내부 직원들은 “인사 숙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처장급 14명 등 간부급 대거 물갈이 #"갑질과 비리 근절 위한 인사 혁신 조치" #직원들 "잘못 없는 사람도 포함" 주장

23일 SH공사는 “갑질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조직 문화를 바꿔 시민 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면서 두 단계에 걸친 인사혁신 절차를 발표했다. 지난 21일자로 처장급 직원 14명을 포함해 간부 28명을 일선에서 퇴진시킨 것이 SH공사가 밝힌 인사혁신의 첫 단계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김세용 사장. 김 사장은 최근 SH공사 간부 28명을 퇴진시키는 등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김세용 사장. 김 사장은 최근 SH공사 간부 28명을 퇴진시키는 등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이번 인사는 최근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드러난 직원의 갑질과 금품수수 사건을 포함해, 공사의 자체 점검과정에서 전직 직원의 보상금 편취 사건, 일부 직원의 편법 보상 등 비리 문제가 터진 데 따른 문책성 조치다. 공사는 물러난 간부직원 28명에 대해 교육파견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사 측의 인사는 결정 과정에서도 내부 반발에 부딪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결재선에 있던 핵심 간부는 “부당한 인사”라며 결재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해당 간부를 결재선에서 제외한 채 인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인사는 전적으로 사장 권한이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SH공사는 2단계 인사혁신 조치도 예고했다. 그동안 장기 재직자 위주의 평가 및 승진 체계가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이었다면서, 향후 능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인별로 과제를 부여하고 실적을 평가하는 방식의 고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자에 대한 리더십 다면평가제 실시, 업무 목표 달성 촉진을 위한 코칭 제도도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성과 우수자를 대상으로 발탁 승진제도 확대한다. 현재 10%에 불과한 여성 관리자 비율을 2022년까지 22%까지 끌어올리겠다고도 밝혔다.

공사의 인사 조치에 대해 내부 직원들은 “인사 혁신이 아닌 ‘인사 숙청’”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직원은 “사실 비위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도 단지 처장급이란 이유로 숙청됐다”면서 “회사가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책임을 덮어 씌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기존 승진 체계마저 무시하면 누가 공사를 믿고 묵묵히 일할 수 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1, 2단계 인사 혁신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시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