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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홍준표…김병준 비대위는 난감할까, 기회일까

중앙일보

입력

최근 정치 재개를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최근 정치 재개를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20일 현실 정치 복귀를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에도 페이스북에 “아무런 보장 없이 영토를 양보하고 일방적인 무장 해제를 하는 것은 정권이 바뀌면 여적죄가 될 수도 있다”며 정부 비판을 재개했다. 또, “좌파 광풍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정상적인 나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정치재개 의지를 재확인했다.

홍 전 대표 정치재개 선언에 ‘친홍’ 의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홍문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정계복귀에 대해) 집권당에서 지레 겁을 먹고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누구도 예측을 못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제 인적 쇄신 속도 내는데…난감한 비대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 전 대표의 복귀 선언으로 가장 곤혹스러워진 쪽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취임 전반기는 당의 노선과 가치 정립 등에 무게를 실었던 김병준 호는 후반부에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통해 인적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다.

더군다나 조강특위는 최근 전원책 해촉 사태 등 홍역을 겪었다. 이번 주 들어서야 ▶대여투쟁에 미온적인 인사 ▶반(反)시장적 입법 참여 인사 ▶자유민주주의와 안보의식이 미진한 인사 ▶2016년 총선 당시 이른바 '진박 공천' 연루 인사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연관 인사 ▶당분열 조장 인사 ▶존재감이 미약한 (영남) 다선 등 7대 심사기준을 정하고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비대위 일각에선 홍 전 대표가 갑자기 복귀 시점을 20일로 잡은 배경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류가 엿보인다. 비대위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굳이 20일에 전격적으로 이를 공개한 건 전원책 변호사의 조강특위 해촉 파동 등으로 김병준 위원장의 영향력이 감소한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조강특위가 제시한 7대 기준에는 ‘대선 패배의 계기가 됐던 당 분열의 책임이 있는 인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중 '당 분열'이라는 대목에선 홍 전 대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강특위 관계자는 “지방 선거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겠다. (홍 전 대표가) 무리하게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했다면 다 드러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일각에선 '홍준표 복귀'가 비대위엔 역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대위 출범하면서 인적 쇄신을 하지 못해 '물갈이 시기를 놓쳤다'란 실기논란이 컸는데, 홍 전 대표가 오히려 칼을 꺼내 들 명분을 주었다는 지적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정치활동을 재개하면서 '친홍'이 움직이고 이에 따라 친박이 반박하면서 당내 분란이 커지면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전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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