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139일…야산서 목맨 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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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2·12사태 당시 특전사령관을 지냈던 정병주 예비역 소장(61·무직·서울 녹번동 76의38)이 4일 오후 3시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울대리 산64 송추 유원지 부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시체로 발견됐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16일 밤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긴 채 실종돼 가족들로부터 기도원 등지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왔으나 실종 1백39일만에 사체로 발견된 것이나 정씨의 사체를 발견한 유원지 장마 루 식당 주인 최현구씨(33)에 따르면 정씨는 계곡에서 3백m쯤 떨어진 뒷산중턱 높이 2m20 가량의 참나무 가지에 집을 나갈 때 입었던 감색남방에 쥐색체크 무늬바지차림으로 주홍색 나일론 빨랫줄로 목을 매단 채 숨져 있었으며 얼굴·손등이 검은 색으로 다소 부패된 상태였다. 정씨가 숨져 있던 곳은 지난해까지 군부대 1개소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철조망이 쳐져 있어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야산중턱이다.
경찰은 정씨의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적힌 전화번호를 추적, 4일 밤 가족들로부터 사체가 정씨임을 확인했다. 의정부시 가능동 신천 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정씨 사체는 목·겨드랑이등이 부패돼 있었으며 동상흔적이 남아 있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숨진 정씨는 12·12사태 직후인 80년 1월20일 예편된 뒤 지병인 당뇨병의 악화와 최근에는 시력·청각에 장애를 일으키는 등 병에 시달린 데다 12·12당시 부하들에 의해 입은 총상으로 왼쪽 팔이 부자유스러워 고통을 받아 왔으며 주말에 부인 강남희씨(56)와 성당에 나가는 외엔 음주·독서로 소일해 왔다.
정씨는 특히 1년 전 자택과 친구의 부동산 등을 담보로 가까운 친척의 사업자금을 대주었으나 사업이 실패, 집과 부동산을 모두 날리게 돼 더욱 괴로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의 사체에 특이한 외상이 없고 차고 있던 세이코 손목시계가「19일·수요일」로 멈춰 있는 것으로 미뤄 지난해 10월 17∼19일 사이에 술을 마신 뒤 채무와 신병 등을 비관한 자살로 보고 있으나 유서가 없고 87년 말 대통령 선거직전『12·12는 계획된 하극상』 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뒤 수 차례 협박을 받았다는 잡지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중시, 자살을 위장한 타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녹번동 76의 38 정씨 집에는 5일 오후부터 정승화 당시 계엄사령관등 군에서 사귀던 친지들이 다녀갔으며 장태완·김진기씨 등 12·12당시 반대파였던 예비역장성들은 빈소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유족들은 8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영결미사를 갖기로 했으며 장지는 국립묘지 장군묘역을 원하고 있다.
한편 정씨에 대한 사체부검이 6일 낮 12시부터 정씨의 사체가 안치된 의정부시 가능동 신천 병원에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윤형모 검사 지휘하에 국립과학 수사연구원 서재관 법의학과장(40)의 집도로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서 과장은 부검을 마친 뒤『사 반이 하지와 장기의 아래쪽에 쏠려 있고 삭흔이 목을 맨 오른쪽 턱 아래 목 부분에 물려 있으며 외상이 나 외부로부터 받은 충격의 흔적이 없어 목을 매 자살한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서 과장은 또『그러나 정확한 사인은 위 내용물 감정결과에 따라 1주일 후쯤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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