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와 정병주>
79년 12월12일, 단위부대장 회의를 주재하던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보안사 참모장의 전화연락을 받았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저녁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했다. 해도 바뀌고 서로가 잘 아는 수경사 헌병단장 조홍 대령이 장군으로 승진하게 됐으니 축하도 해줄 겸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정 사령관은 조 대령의 일도 일이려니와 계엄사 합 수 본부장으로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후배 전 소장과의 회식을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사복으로 갈아입은 정 사령관이 약속 장소인 연희동 S요정에 도착하니 수경사령관 장태완 소장, 육본 헌병감 김진기 준장, 그리고 조홍 대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약속시간인 7시가 넘어도 전두환 소장은 나타나질 않았다.
전 소장은 그 시간 육본 범수단장 우경윤 대령(예비역 소장)보안사 인사처장 허삼수 대령 등을 동원,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체포 등「거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이 날의 술자리는 특전사 대부로서 5년여 특전사령관을 지내며 최 정예부대를 이끌고 있는 정 소장이나 서울방어 책임자로서 강력한 병력을 갖고 있는 장 소장 및 유사시「탈법 자」색출 책임을 맡고 있는 김 준장 등 이 정 총장의 편에선 지휘관들이었기 때문에 지휘탑에서 떨어져 있게 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오후 7시20분 경 육군참모 총장 피습·납치 급보가 날아들었다.
『전두환 짓이다.』
누가 먼저랄 게 없이 정·장 두 사람의 입에서 터져 나온 고함이었고, 정·장·김 세 사람은 동시에 특전사·수경사·육본으로 내달렸다.
박희도 준장의 1여단이 이미 저쪽으로 돌아선 것을 확인한 정 사령관은 참모장을 보내 1여단을 장악토록 지시하는 한편 윤흥기 준장의 9여단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9여단도 중도 회군했지만)이때가 13일 새벽 1시30분쯤.
그 몇 분 뒤, 사령부와 바로 이웃한 최세창 준장(현 합참의장)의 3여단 병력이 사령부 건물을 포위했다.
M-16 소총으로 잠긴 문고리를 부수는 특전사요원을 향해 혼자 남아 있던 특전사 비서실장 김오랑 소령이 권총을 쏘았으나 동시에 김 소령은 과거 동료였던 대원들의 총탄으로 벌집이 됐다.
이런 소동 속에 혼자 남은 정 사령관도 왼쪽 팔에 총상을 입고 부하들에 의해 보안사로 끌려갔다.
『자리를 주겠다』는 5공의 제의를 뿌리쳐 온 정씨는 87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진기씨와 기자회견을 자칭,『12·12 사태는 부하 군인의 하극상이었다』며『당시 사건의 모든 당사자들은 진심으로 군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었다.
【김현일·이효준 기자】
저녁모임에서「정 총장 납치」들어|왼팔에 총상 입고 보안사 끌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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