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 향해 훨~훨 꿈을 날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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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가 되면 분당구청 뒤편 탄천 둔치 상공은 모형비행기들이 차지한다. 모형비행기 인터넷 동호회 '토요비행' (cafe.naver.com/goair.cafe)회원들이 모여 비행기 조종술을 뽐낸다. 토요비행 회원들은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수내사거리 옆인 이곳을 '탄천비행장'이라고 부른다.

김형석(37)씨가 이 동호회를 만든 것은 지난 4월 중순. 한달여 만에 회원이 자그마치 370명이나 됐다. 온라인 상에서 모터.변속기 등 모형 비행기 부품 정보 및 조종술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회원은 성남.용인에 집중돼 있지만 평촌.산본.서울 주민들도 많다. 토.일요일엔 20~50명의 동호인들이 탄천비행장에서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동(電動) 모형비행기.헬리콥터와 글라이더를 날린다. 조종은 무선조종기(RC : Radio Control)로 한다.

기름을 쓰는 엔진 비행기는 비행을 금지시켰다. 소음이 클 뿐아니라 추락시 사고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토요비행은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한다. 초보자의 경우 무선조종기를 숙련자 것과 연결시켜 비상시에 대비한다. 무선조종기는 꼭 주파수 중복 여부를 확인한 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분당에서 컴퓨터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비행기는 물론, 무선 조종하는 자동차.배 등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직접 하늘을 나는 조종사를 꿈꾼 적도 있지만 지금은 지상에서 비행기를 내 맘대로 움직이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행(?)을 통해 처음 만난 회원들은 오랜 친구처럼 금세 친숙해졌다.

웹마스터 김근영(34)씨는 "내가 직접 비행기를 조립해 하늘에 띄우는 즐거움이 어떤 레포츠보다 크다"며 "동호인들끼리 편대 비행를 할 수 있는 주말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현기(35)씨는 3주 전 처음 모형비행기 조종을 배웠다. 그는 벌써 토요비행의 선배 회원들 가르침 덕에 단독 비행을 즐기고 있다. 고난도 조종술에 도전하기 요즘 조종기를 갖고 산다. 조종기가 찰싹 붙을 정도로 손에 익숙해야 한다.

박수현(38)씨는 배.자동차 무선조종을 수년동안 하다 몇달 전 비행기 조종으로 '전업'했다. 박씨는 "아무래도 입체 공간인 하늘에서 비행기를 움직이다 보니 가장 힘든 것 같다"며 "지상 충돌로 인한 비행기의 부품 재구입 등에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관제탑'(부인을 일컫는 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일본제 부품의 경우 관제탑이 '얼마 들었냐' 물으면 1만엔에 산 것을 1만원에 샀다고 둘러댄다"고 한다.

헬기 정비사인 김준형(31)씨는 어릴 적부터 모형비행기를 만들어 날린 '에이스 조종사'다. 비행기를 만들고 부서뜨리기를 반복하다 결국 헬리콥터 정비사가 됐다. 그는 "모형 비행기를 만지는 일에서 실제 비행기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느낀다" 고 했다.

김형석씨는 "회원들은 회사원.의사.교수.학생.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인"이라며 "자주 만나다보니 인생의 벗으로 서로 삶의 즐거움까지 나누는 사교모임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동호회 인터넷 사이트엔 미국.캐나다 등 해외교민들도 자주 들른다. 모형비행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올려져 있다는 입소문이 난 탓이다. 토요비행은 입문자들을 위해 비행기 구입부터 조종술 기초를 친절하게 가르치고 있다.

초보자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전동(電動) 비행기가 적당하다. 추락해도 부서져도 다시 부품을 사 조립하면 된다. 비행체 부품값으로 6만8000원 정도가 들고 조종기(10만원 안팎),배터리 등을 구입하려면 약 40여 만원이 추가로 든다. 모형헬기는 비행기보다 더 비싸다.

요즘 토요비행 회원들에게 큰 고충이 하나 있다. 점점 햇살이 뜨거워지는데 탄천 변에 그늘막을 칠 수 없다. 구청에서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그늘막 설치를 마뜩찮게 여긴다. 내리 쪼이는 햇볕을 피해 쉴 공간 마련이 쉽지 않아 회원들을 따라 나온 어린 자녀들이 힘들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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