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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넘버2' 자동차 회장 몰락…카를로스 곤, 日검찰에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를로스 곤 닛산 CEO

카를로스 곤 닛산 CEO

세계 2위 자동차 그룹을 이끄는 카를로스 곤(64)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연합) 회장이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로 체포됐다.

닛산.르노.미쓰비시 이끌던 곤 회장, 수백억 보수 숨겨 #2만명 구조조정 '코스트 킬러'...파산 위기 닛산 되살려

19일 교도통신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회장이 유가증권 보고서에 자신의 임원 보수를 실제보다 축소 기재했다며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닛산자동차의 그레그 켈리(62) 대표이사도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곤 회장은 2011~2015년 자신의 실제 보수보다 총 50억엔(약 500억원)가량 적게 기재한 유가증권 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2015년 3분기까지 5년간 곤 회장의 실제 보수는 99억9800만엔(999억1400만원)이었으나 49억 8700만엔(498억3700만원)으로 허위로 기재한 유가증권 보고서를 5회에 걸쳐 관동 재무국에 제출한 혐의다.

곤 회장은 2016년 주주총회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보수가 필요하다”며 “최고위직의 보수는 다른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날 요코하마(橫浜)시에 있는 닛산자동차 본사도 압수수색했다.

닛산자동차는 현재까지 정보제공 등 검찰 수사에 전면 협력했다며 곤 회장이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등 복수의 중대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닛산자동차는 내부 고발로 수개월간 곤 회장의 부정행위를 조사해 왔다며 그가 실제 보수액보다 감액한 금액을 유가증권 보고서에 기재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곤 회장의 해임을 이사회에 제안하는 한편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가 곤 회장의 부정행위에 깊이 관여했다며 켈리 대표이사의 해임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곤 회장의 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증시에서 르노 주가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10% 안팎 급락했다.

곤 회장은 르노차가 닛산에 출자한 1999년부터 닛산을 이끌어오며 파산 직전이었던 닛산을 기사회생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곤 회장은 프랑스 르노자동차에서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으로 파견돼 1999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으며 다음 해 사장으로 취임한 뒤 17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곤 회장은 타이어업체인 미쉐린에 입사해 1985년 31세의 나이에 남미 사업부문 총괄책임자에 올랐으며 35세에 북미 미쉐린의 최연소 CEO가 됐다.

1996년 르노에 연구개발 및 제조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된 이후 닛산이 르노에 인수되면서 1999년 르노닛산의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았다.

2000년 사장으로 승진해 4200억엔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전체 사원의 14%에 해당하는 2만1000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등 독보적인 비용절감에 나서며 ‘코스트킬러(cost-killer)’ ‘코스트커터(cost-cutt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닛산자동차는 지난 7월 출하 전에 실시한 배기가스와 연비 측정 시험 결과를 조작하는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9월에는 무자격 종업원이 공장에서 출고차 최종검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차량 100만대 이상을 리콜 처분한 바 있다.

닛산자동차를 재건하며 회장 자리까지 오른 그가 이날 검찰에 전격 체포됨에 따라 기업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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