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종혁, 판교서 자율주행차 시승 “실험 동물된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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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경기도 판교 제2 테크노밸리를 방문해 자율주행 차 ‘제로 셔틀’을 타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탑승을 마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 띤 얼굴로 ’마침 시험단계니까 우리가 실험 동물이 된 셈이죠“라고 말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경기도 판교 제2 테크노밸리를 방문해 자율주행 차 ‘제로 셔틀’을 타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탑승을 마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 띤 얼굴로 ’마침 시험단계니까 우리가 실험 동물이 된 셈이죠“라고 말했다. [뉴스1]

15일 낮 12시30분쯤 북한 대표단의 오찬 장소인 경기도 수원시 ‘굿모닝 하우스’ 앞. 검은색 승용차 3대와 관광버스가 정문 앞에 섰다.

이재명, 화성 스마트팜 등 안내 #이종혁 “지자체와 협력 중요 실감”

차에서 내린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여기가 옛 경기지사 공관이다. 보존가치가 있어서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라며 ‘굿모닝 하우스’를 설명했다. 굿모닝 하우스는 지역 주민을 위한 결혼식장 등으로 활용된다. 이 지사의 말에 이 부위원장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을 둘러보고 이 지사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날 오찬 메뉴는 퓨전 한식이었다.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의 자문을 얻어 파주시 등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공수한 장단콩과 율무 등을 이용한 음식을 식탁에 올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하나였다가 경기도 파주시와 북한 황해도 장풍군으로 분단된 옛 ‘장단군’의 먹을거리로 차린 ‘평화 밥상’”이라고 설명하며 “오찬장 밖까지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오찬에 앞서 이 부위원장에게 이기영 작가의 소설 『고향』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이 부위원장의 부친으로 충남 아산 출신이지만 월북했다.

이날 북한 대표단의 첫 일정은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판교 제2 테크노밸리였다. 이 부위원장 등은 기업지원 허브 1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이 지사와 비공개로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의 큰길을 냈다. 그 길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며 지자체 차원의 남북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부위원장은 “옳은 말씀”이라고 동조하며 “여기 와서 보니 지자체 협력의 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방명록에도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고 비약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주를 만방에 떨치자’고 썼다.

20여분간의 환담 뒤 이 지사와 이 부위원장 일행은 경기도 제작 자율주행차 ‘제로 셔틀’에 동반 시승해 1.5㎞ 거리의 판교 제1 테크노밸리 스타트업(초기기업)캠퍼스로 이동했다. 이 부위원장은 “제로 셔틀을 탄 소감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로 셔틀이) 시험단계니까 우리가 실험 동물이 된 셈”이라며 농담 섞인 소감을 내놨다.

북한 대표단은 오후 화성시에 있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스마트팜 시설 등을 둘러봤다. 농업에 관심이 많은 북한 측이 요청한 일정이라고 한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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