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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을용·남일 '가나와 결투 … 중원 되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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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남일·이운재(전반에 교체)·이을용·박지성(왼쪽부터) 등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오슬로=연합뉴스]

에시엔

기자가 올 2월 가나 프로팀인 리버티클럽을 방문했을 때 사무실 벽에는 마이클 에시엔(24.첼시)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 구단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클럽인 첼시에 이적료 2600만 파운드(약 480억원)로 입단한 에시엔은 가나의 영웅이었다. 리버티클럽에서 반찬도 없는 밥을 먹고, 낡아빠진 공을 차며 꿈을 키우는 유소년 선수들은 하나같이 "에시엔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니언 드림(Ghanian Dream)'을 이룬 선수다.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말이 필요 없다. 왜소한 체격과 평발이라는 최악의 조건을 불굴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수원에는 그의 이름을 딴 도로가 생겼고, 박지성기념관도 생겼다. 서울 강남 학부모 사이에서 유소년 축구 열풍이 부는 것도 '박지성 신드롬'이 큰 몫을 했다. 그는 축구의 '코리언 드림'을 이뤄냈다.

두 영웅이 맞붙는다. 4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이스터로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가나의 평가전에서다. 이 경기는 두 나라 모두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맞는 마지막 공식 경기다.

두 선수는 맨U에서 한솥밥을 먹을 뻔했다. 맨U가 지난해 여름 박지성과 에시엔을 동시 영입하려 했지만 막판 첼시의 거액 베팅에 에시엔을 놓쳤다. 두 선수는 4월 29일 프리미어리그에서 맞대결했다. 박지성이 왼쪽 미드필더로, 에시엔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 경기에서 첼시가 3-0으로 이겨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에는 두 선수가 미드필드에서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박지성을 에시엔이 적극 마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에시엔의 방어막을 뚫어내야만 한국 공격의 활로가 열린다. 또 드리블과 패스 능력이 뛰어난 에시엔을 박지성이 1차 저지해야 할 책임도 있다. 5월 30일 훈련 도중 왼발목을 삔 박지성은 1일 노르웨이전에 앞서 패스와 헤딩 훈련을 하며 가나전 출전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가나와의 경기를 '총력전'이라고 선포했다. 노르웨이전 부진을 씻고 깔끔한 기분으로 독일에 입성하려면 가나전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남일과 이을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을 지킨다. 아껴뒀던 윙포워드 박주영.이천수도 선발 출전이 확실시된다.

글래스고=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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