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수 9월만에 연간 목표치 초과…세수 호황에 2기 경제팀도 “적극적 재정”

중앙일보

입력

법인세수가 9월에 일찌감치 연간 목표치를 초과하는 등 세수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잘 걷히는 세금을 기반으로 ‘적극적 재정’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역시 이런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획재정부가 11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11월호)'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세는 모두 233조7000억원이 걷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조6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9월까지 65조1000억원이 걷히며 세수진도율 103.3%를 기록했다. 연간 목표 세수를 9월에 이미 넘어섰다는 의미다.

법인세 9월 진도율 103.3% #1~9월 국세 전년 대비 26조6000억원 더 걷혀 #홍남기 후보자 "민간과 경합하지 않는 분야 재정 역할 강화" #"잘못된 세수 예측..재정 효율적으로 쓸 기회 놓친 것" 지적도

이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실적 호조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기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법인세 중간예납(전반기 6개월분의 법인세를 사업연도 중간인 8월에 납부) 규모는 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3조2000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중간예납액도 2조7000억원으로 1년 전(1조1000억원)보다 160%가량 증가했다.

전체 국세 세수진도율은 9월까지 87.2%다. 이에 따라 올해도 당초 정부 목표보다 많은 세금이 걷힐 가능성이 크다. 초과 세수 규모도 지난해 수준(14조원)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초과 세수가 20조원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 예상 세수가 268조1000억원인데 실제 세수는 290조원 안팎이 된다는 얘기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세수를 이보다도 더 많은 300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초과 세수 규모가 30조원을 넘을 거란 의미다.

정부는 넉넉해진 나라 곳간을 활용해 부진한 경기에 대응하고 있다. 나랏돈을 더 풀거나(추가경정예산 편성), 세금을 한시적으로 깎아주는(승용차 개별소비세 및 유류세 인하) 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12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12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새 경제팀 또 이런 정책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민간이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하면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아낌없이 해야 한다”며 “민간과 경합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초과 세수 발생에 따른 재정 추가 투입을 달리 말하면 세수 예측 실패로 민간에서 써야 할 돈을 정부가 가져갔다가 뒤늦게 푸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를 정확히 예측했다면 경기 대응을 위해 적기에 재정을 투입할 수 있었다”라며 “잘못된 세수 예측으로 재정을 효율적으로 쓸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잘못을 시인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세수 오차는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며 “내년도 예산 편성에 있어서는 정말로 현실적인 세수 예측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내년 세입 예산액은 올해 예산액보다 11.6% 늘어난 299조3000억원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