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정보 알고도 경찰 대처 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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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방 청와대 집기 은폐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남지사 공관은 대지 5천6백40평에 지하1층·지상2층의 양옥거물.
1층(2백45평)엔 현관로비를 가운데 두고 왼쪽으로 대 회의실·지사 직무실·예비실·방이 있고 오른 쪽으로 지사 거실·내실·침실·식당·객실2개·공관장실·주방 등이 있으며 철형 건물 후면에 70평 짜리 대 영빈실이 마련돼 있다.
2층(1백58평)이 이른바 지방 청와대인 대통령 전용시설로 6개의 방과 수위실·보일러실이 있다.
불은 1층 지사거실·내실·침실을 주로 태워 내부가 전소됐으며 2층 대통령 전용시설은 유리창 5장이 깨지는데 그쳤다.
전남도청은 공관 화재로 이불·TV·전화기 등 모두 15가지의 비품이 불에 타 2천여만원 어치의 피해를 냈다고 발표했으나 호화집기 등에 대한 피해내용은 밝히지 않은채 『그밖의 그림 등에 대한 피해는 조사중』이라고만 언급.
그러나 회의실에 있는 대형 병풍 등은 불에 타지 않았으나 불을 끄는 과정에서 물세례를 받아 거의 못쓰게 돼버려 고가의 비품도 상당수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추정.
특히 이날 불로 송채종 지사는 옷가지가 전부 타버려 옷을 모두 새로 구입해야할 판.
불은 공교롭게도 지사침실과 부엌에서 집중적으로 나 송 지사는 출근 때 입은 옷을 제외하곤 모두 불에 타버렸다.
출근길에 날벼락(?)을 만난 송 지사는 그러나 이날 예정됐던 순천·승주 순시를 강행하는 등 평상 집무의 여유.
송 지사는 23일 밤 공관1층 왼쪽 방에서 잠을 잤다.
경찰복 강도범 검거로 들떠있던 광주 서부경찰서는 공관피습 사전 정보를 입수해 경비까지 섰으면서도 기습을 막지 못하고 엄청난 사태가 나자 초상집 분위기.
서부서는 22일 오전6시20분쯤 기동대원 33명을 정문에 배치해 놓았다가 상황이 없을 것으로 판단, 8시30분쯤 병력을 철수했는데 20분쯤 후에 대학생들이 기습.
대학생들은 이날 공관 정문 맞은편 골목에 숨어 경찰의 동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가 경찰이 철수하고 문이 열리자 돌진해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돼 경찰보다 한 수위(?)의 전술을 과시한 셈.
16일 광주 미문화원 습격 때도 경비 병력이 교대하는 틈을 타 대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져 큰 피해를 낸 적이 있어 경찰의 경비업무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자체 반성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사 공관 경비는 송 지사가 경찰배치를 싫어해 자체 청원경찰만으로 해왔다.
지사공관을 기습한 호남대 학생서클「전사대」는「전투 결사대」의 약칭으로 확인됐으나 그동안 전혀 알려 지지않은 학내서클인데다 대장 진강필군(22·국문3)등 주모자를 잡지 못해 경찰은 23일까지도 서클의 성격·규모, 다른 조직과의 관계 등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
사건직후 경찰에 검거된 서근감·이중재군 등은 전날인 21일 회원 32명이 모여『국민세금으로 지어진 공관에서 5공 앞잡이들이 각종 모의를 해와 이를 응징키로 했다』고 진술해 학생들의 공격 초점이 지사 공관이라기보다「5공」과「지방 청와대」였다고 암시.
○…한편 호남대는 재단 비리 공개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계속된 시위로 진통을 겪어오다 이번 지사공관 피습사건 마저 겹쳐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광주=임광희·위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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