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첫 재판 … 보석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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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68.얼굴)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1일 "세계적 자동차회사를 만들려고 앞만 보고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지 못해 가슴 아프다"며 사과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정 회장은 A4 용지 두 장에 정리된 메모지를 꺼내 "기회를 준다면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파란색 바탕에 보라색 줄무늬가 있는 수의(囚衣)를 입고 법정에 나온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 만성 기관지염에 따른 호흡곤란 등의 이유로 병사(病舍)동으로 옮겼다.

김 부장판사가 재판을 시작하며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정 회장은 이를 알아듣지 못해 본적지를 대기도 했다. "일시적 망각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797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뒤 최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1t 트럭 1~2대 분량이나 들어온다고 하는 등 보관에 어려움이 많다"며 변호인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청했다.

?"경제 먹구름 없애기 위해 선처"=변호인은 재판에서 정 회장이 폐질환.심근경색 등 10가지 병을 앓고 있고,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대법관 출신의 정귀호 변호사는 "정 회장의 구속으로 현대차에 심각한 경영 위기가 초래돼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며 "그의 능력을 나라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죄를 미워해 집안의 대들보를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재진 변호사도 "현대차가 세계 7위의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정 회장의 '현장경영'과 '품질 최우선주의' 덕분이었다"며 "현대차가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월드컵 공식후원 업체로 선정됐는데 정 회장이 구속돼 현대차뿐 아니라 국가의 체면이 손상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1000억원가량의 비자금 사용처를 밝히려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하재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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