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는 등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인근은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난 11일 오전에도 매캐한 공기가 머물렀다.
사고 현장은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고, 고시원 앞 인도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음료수 등이 놓여 있었다. 길을 지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시민들의 모습도 가끔 눈에 띄었다.
자신을 희생자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50대 남성은 추모 꽃이 놓인 테이블을 향해 절하며 "예전에 서울서 일할 때 친하게 지냈던 형님인데…. 소식 듣고 거제도에서 올라왔다…. 형님 늦게 와서 미안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전 11시에는 경찰 입회하에 고시원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짐 정리가 진행됐다. 사고 당시 2층에 머물렀다는 한 남성은 "새벽녘에 눈이 떠져 담배 한 대 피우러 움직이는데 연기가 보이더라. 곧바로 불이야 소리 지르고 뛰어 내려왔다. 그때 만약 눈이 떠지지 않았으면…"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현장에는 정치권,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지난 9일에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현장을 찾았다. 10일에는 주거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들고 재발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과 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0일 함께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수거한 증거물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과수 감정 결과는 늦어도 3주 안에는 나올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로 주거지를 잃은 피해자들에게 긴급 주거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