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한화그룹의 대생 인수 무효 국제 중재신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예금보험공사가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무효를 요구하는 국제 중재신청을 낸다. 예보는 1일 한화그룹이 호주계 맥쿼리생명과 이면 계약을 하고 2002년 12월 대한생명 지분 51%를 인수한 것은 인수자격 요건에 어긋난다며 다음달 중으로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A)에 이를 위한 중재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보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맥쿼리가 대한생명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대가로 대한생명 자산의 3분의1에 대한 운용을 맡기고 2000만달러의 인수 제반비용도 전액부담한다는 이면 계약을 체결했다. 또 맥쿼리의 대한생명 인수지분(3.5%)는 인수 1년 뒤 한화건설에 팔기로 했다.

예보 자산회수부 이종훈 팀장은 "한화그룹과 맥쿼리의 이 같은 행위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대한생명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 정한 투자자 자격요건을 실질적으로 위배하고 정상적인 입찰을 방해한 것"이라며 "이는 곧 한국 정부를 기만한 것이며 국제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보는 우선 국제중재신청을 위해 법률 자문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는 대한생명 매매 계약서에 따라 미국 뉴욕에서 열리게 되며 중재 판정이 나기까지는 6개월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한화는 "근거 없는 주장이며, 이에 따른 각종 손실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화는 1일 자료를 통해 "한화그룹과 일본의 오릭스, 호주의 맥쿼리가 구성한 한화컨소시엄은 정당한 컨소시엄이었으며, 계약무효의 어떠한 사유도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참여연대고발 및 무혐의 처분, 검찰기소 및 1 ̄2심 무죄판결 등 사회적 감시시스템의 검증을 받아 관련 의혹이 모두 해소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특히 "법원은 1,2심 판결에서 컨소시엄 당사자간 계약은 이면계약이 아닌 적법한 양자간 계약이며, 입찰 과정에서 한화 컨소시엄이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의도적으로 속인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판결됐다"며 "이달중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이 시점에서 예보가 상사중재를 신청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경영이 정상화돼 순항하고 있는 대한생명에 대한 계약무효의 상사중재를 상당한 비용을 들여 신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며, 동일 사안에 대해 사법적 판단 이외에 별도의 상사중재를 신청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