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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전랑'과 김관영-한병도

중앙일보

입력

강민석
강민석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 8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김관영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 및 5당 원내대표. 11월5일 회동은 두번째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8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김관영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 및 5당 원내대표. 11월5일 회동은 두번째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과의 고위당정협의회에 나간 한병도 정무수석. 왼쪽 인사하는 사람은 장하성 정책실장.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과의 고위당정협의회에 나간 한병도 정무수석. 왼쪽 인사하는 사람은 장하성 정책실장. 임현동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사이에는 얽히고설킨 인연이 하나 있다.

지난 2015년 2월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문 대통령은 접전 끝에 비문계 박지원 후보를 누르고 당 대표에 올랐다. 하지만 그해 3월의 첫 번째 인사에서부터 비문의 반발을 샀다.

'조직사무부총장' 자리를 놓고서였다. 친문계가 자파 인사를 이 자리에 앉히려 하자 주승용 최고위원이 당무 거부에 돌입하는 등 비문계가 강력 반발했다. 당시 당내에선 조직사무부총장을 ‘이조전랑(吏曹銓郞)’이라 불렀다. 실제로 조직과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서, 결국에는 조선시대 동인-서인 붕당정치를 부른 이조전랑 자리와 조직사무부총장은 흡사했다.

내분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자 문 대통령은 '탕평인사' 카드를 빼 들었다. 그게 초선의 김관영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고시 3관왕 출신 경제통이다. 성균관대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최연소)한 뒤 다시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해 재정경제부 사무관으로 일하다 사법시험까지 합격해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2년 정계에 입문해선 김한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 비문계로 분류됐다.

문 대통령은 김관영 의원을 상당히 신임했다. 조직사무부총장을 시킨 뒤 얼마 안 돼 '수석부총장'으로 지위를 한 계단 격상시켰다. 하지만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에 분당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김관영 부총장도 비문계와 함께 탈당을 선택해 문 대통령과는 가는 길이 달라졌다.

김관영 의원이 조직사무부총장을 맡기 전, 친문계가 임명을 밀어붙이려 했던 인사가 공교롭게 한병도 정무수석이었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의원,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지낸 친노-친문 인사다. 청와대와 야권의 중요한 협치 채널로 부상해 있는 김관영-한병도 라인은 한때 '이조전랑' 경쟁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