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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달러도 거절한 하퍼, 그 뒤엔 역시 '거물' 보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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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7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당시, 홈런더비에서 우승한 하퍼가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당시, 홈런더비에서 우승한 하퍼가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3억 달러(약 3357억원). 일반인으로선 평생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들 거액을 거절한 메이저리그 선수가 있다. 26살의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미국)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하퍼의 인기가 상한가다. 지안카를로 스탠턴(뉴욕 양키스)의 13년 3억2500만 달러(약 3643억원)를 뛰어넘는 계약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빅리그 FA랭킹 1위 워싱턴 외야수 #내셔널리그 신인왕·MVP 출신 #‘포지션 바꿔 양키스행’ 압박카드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워싱턴 내셔널스 외야수 하퍼와 LA 다저스 내야수 매니 마차도(26)가 나란히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평가 가치는 각각 ‘3억 달러’를 넘는다. MLB 구단에서 일했던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하퍼는 시즌 전 4억~5억 달러 이야기까지 나왔다. 올해 부진했던 성적(타율 0.249, 34홈런·100타점) 탓에 현재로선 그 정도까지는 어렵다. 그래도 스탠턴의 기록은 거뜬하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선 “하퍼가 실력보다 과대평가됐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하퍼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의 경쟁은 치열하기 때문에 몸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린 나이 때문이다. 현지 매체들이 매긴 FA 랭킹에서 하퍼는 단연 1위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그 정도 기량을 가진 20대 FA가 없다. 부자 구단들이 그를 탐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퍼는원소속구단인 워싱턴이 제시한 10년 3억 달러 제안을 거절했다.

하퍼는 어린 시절부터 대형 재목으로 꼽혔다. 고등학교 시절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고, 가능한 한 빨리 프로에 가려고 검정고시를 선택했다. 하퍼는 18살이던 2010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워싱턴에 입단했다. 계약금은 야수 역대 최고액인 990만 달러(111억원). 워싱턴은 하퍼를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는 한편,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포지션까지 포수에서 외야수로 바꿨다.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한 하퍼는 2015년엔 내셔널리그 MVP도 차지했다. 통산 기록은 타율 0.279, 184홈런·521타점이다.

하퍼는 스타성도 갖췄다. 2015, 17년 NL 올스타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올스타전 출전 횟수만 6차례다. 올해는 홈런 더비에서 아버지가 던져준 배팅볼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 용품업체인 언더아머는 그와 10년간 스폰서 계약(총액 1000만 달러)을 맺고, ‘하퍼 원’이란 야구화 라인을 내놓았다.

하퍼는 외모를 꾸미는 데도 관심이 많아 헤어 및 패션 스타일도 화려하다. 2017년엔 SI가 선정한 ‘패셔너블한 스포츠 스타 50’에서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야구선수로는 유일하다. 흑인과 히스패닉 선수가 다수인 MLB에서 백인이라 점도 눈길을 끈다. 또 거침없는 언행 덕분에 새로운 ‘스포츠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소셜미디어(SNS) 팔로워도 200만 명이 넘는다.

하퍼가 천문학적 액수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대리인이 ‘수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라는 점 때문이다. 보라스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데, “하퍼가 1루수로 전향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애런 저지와 스탠턴 등 특급 거포 외야수가 즐비한 양키스에도 갈 수도 있다는 압박 메시지다. 하퍼는 오래 전부터 양키스 팬이기도 하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보라스는 항상 공격적이다. 거포는 많은 반면 투수가 부족한 양키스가 하퍼를 원할 가능성이 작지만, 그런 식으로 선수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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