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미 고위회담 연기에 당혹 … 미국 발표 직전에야 통보받고 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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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에 대해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브리핑으로 대신하겠다” #연기된 배경 등 공식 설명 안 해

7일 오후 2시 미국에서 연기 소식이 발표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 2시35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미국 측으로부터 회담 연기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았고, 정부 입장은 외교부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는 공지가 나왔다.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외교부의 브리핑이 끝난 이후인 3시10분에 나왔다. 그러나 정작 김의겸 대변인은 “외교부의 브리핑으로 대신하겠다. 외교부 입장과 동일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대변인은 “여러 통로를 통해 정부가 관련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지만 회담 연기 주체나 배경 등에 대해선 아무 설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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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변인은 다만 “연기가 됐다고 북·미 회담이 무산되거나 북·미 회담의 동력을 상실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날 말씀드렸던 흐름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네 가지 합의사항의 진전을 보기 위해 토론을 한다는 점을 주목해 달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출할 수 없다고 한 게 연기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청와대에선 미국의 회담 연기 발표 직전인 이날 오전 11시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의 대통령 순방 관련 브리핑이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회담 연기 관련 사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 일부는 미 국무부 발표 전에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다만 연기를 통보받은 시점이 국무부 발표 시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미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며 “연기 결정은 북·미의 뉴욕 채널을 포함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는 일단 예의주시하며 지켜본다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낼 입장이 없다”고 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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