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보람의 일터」대상 나전모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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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상은 제가 타는 게 아니고 6백50명 전 근로자가 함께 타는 상입니다. 동종 타사보다 오히려 급료수준이 낮은데도 묵묵히 회사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준 모든 직원들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한국 경총이 「노사간 협조 증진으로 인간존중의 경영문화를 만들고 국민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제1회「보람의 일터」대상 수상 업체로 선정한 나전모방 남재우 사장의 소감이다.
본격적인 춘투가 시작되기 건인 요즘 벌써부터 경총(8·9%) 과 노총(26·8%)의 임금인상률 제시 폭이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고 일부 작업장에서는 파업이 시작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노사분규가 걱정되는 시점에서 나전모방의 노사협조 사례는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단순히 노사협조가 잘돼 상을 탄다는 의미보다 수차례에 걸친 도산 위기를 노사협조로 극복,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회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데서 타사의 귀감이 되고 있다.
나전모방은 64년 설립돼 「나전 텍스」라는 브랜드로 한때 고급복지 시장을 휩쓸기도 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들이 고급 복지시장에 띄어들면서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 결국 84년5월 8억8천만원의 부도를 내고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이해 8월31일 수도권 일원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135 5천평 공장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최악의 상태를 맞았다. 이 와중에 여직원 기숙사엔 불까지 나 남 사장이나 종업원 모두 기사가 끝장난 것으로 알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 피해액은 28억원.
그러나 기적은 바로 근로자들에 의해 창조됐다. 부도가 난 후 3개월째 임금을 못 받으면서도 98%의 출근율을 보인 근로자들이 일어났다. 여직원들은 불타버린 기숙사대신 제품창고 2층에 스티로폴을 깔고 기거하면서 흙탕물에 젖은 원모를 말렸다. 남 사장과 남자 직원들은 꾜박 1주일을 공장에서 먹고 자면서 흙더미에 묻힌 기계를 손질했다. 한달여가 지나 간신히 회사를 옛 모습대로 되살렸으나 이젠 기계를 돌릴 돈이 없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이들의 자구노력이 알려지자 노동부·재무부 등으로부터 9억원의 자금이 지원됐다. 회사도 점차 정상 가동됐다.
직원들의 눈물겨운 헌신적 노력에 감동한 남 사장은 이해 9월 자신의 소유주식 중 30%(1억8천만원)를 직원들에게 내놓았다. 85년 이 회사는84년 2배인 55억5천9백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86년 63억2천5백만원을 기록하면서 3년에 걸친 적자경영을 끝내고 5천8백만원의 혹자를 낼 수 있었다.
이후 남 사장은「회사는 가정의 연장」이란 신념으로 근로자들의 가정을 방문, 3천원이 입금된 통장을 나눠주며 애로사항을 듣고 식사를 같이하며 노사 일체감 조성에 앞장섰다. 이밖에 경영의 공개, 성과의 공정배분, 생산 장려금 지원 등으로 근로자들의 사기를 높였다.
87년 매출액은 90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엔 1백47억원을 올리는 등 노사화합을 기초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이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근로자들에게 정말 고마운 것은 우리회사가 아직 「적색기업」으로 분류돼 은행대출도 안되고 급료수준도 딴 회사보다 낮은데도 서로를 이해해 작으나마 오늘의 성공을 이룩했다는 점입니다. 회사란 돈만이 전부가 아니라 정과 사랑을 나누는 보람의 일터입니다』
노사평화를 온몸으로 실현하고 있는 남 사장은 시상식이 끝나자 곧바로 의정부 공장으로 달려가 근로자들과 수상의 기쁨을 함께 했다.<노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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