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發 세종역 갈등, 새만금 겹치며 ‘지역당’ 논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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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및 참석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종역' 포함 호남 KTX 단거리 노선 신설 및 지역현안 논의를 위한 호남 국회의원 조찬간담회에서 사회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및 참석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종역' 포함 호남 KTX 단거리 노선 신설 및 지역현안 논의를 위한 호남 국회의원 조찬간담회에서 사회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KTX 세종역 설치 문제를 둘러싼 전선이 ‘전국구’로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충북 지사 간에 신경전이 오가더니, 이제는 호남지역 의원들도 “KTX 세종역을 신설하고 호남선 KTX도 이를 통과하는 형태로 직선화하라”며 이 문제에 뛰어들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중심으로 한 호남지역 의원들은 3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 모여 아침 식사를 같이했다. 민주당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과 무소속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도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세종 경유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 모임’ 일명 ‘세호추’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세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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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모임 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호남 KTX 노선이 오송역을 우회하면서 호남이 접근성과 비용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세종을 경유한 호남선 KTX 노선 직선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최대한 빨리 국무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불러 간담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세종역 신설 이슈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저작권’이 있다. 이 대표는 2016년 총선 때부터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10월 8일 열린 민주당과 충북도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세종역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충북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KTX 세종역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은 이 대표가 쏘아 올린 이슈에 호남지역 의원들이 올라타 충북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때마침 불거진 새만금 친환경 단지 개발 이슈도 이런 움직임을 자극했다. 야당에서 일제히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이날 모인 ‘세호추’ 의원들도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은 전북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충북 의원들도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KTX 세종역 논란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충북지역 의원 9명은 ‘세호추’ 회동 하루 전인 30일 조찬 회동을 하고 “세종역 신설은 명분과 실리가 없는 부당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임에도 여야 구분 없이 민주당 3명(변재일ㆍ오제세ㆍ이후삼), 한국당 4명(정우택ㆍ이종배ㆍ박덕흠ㆍ경대수), 충북 출신 비례대표 2명(바른미래당 김수민·정의당 김종대) 등 의원 9명이 참석했다. 정파를 떠나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지역당’의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향후 이런 움직임이 더 격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곧 본격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이해찬 대표가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점화됐다.

이미 금융 공기업 지방 이전을 놓고 부산과 전북(전주)이 신경전 펼치는 상태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 국면이 본격화되는 내년이면 지역별 이해득실에 따라 정파를 떠난 지역별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정계개편과 맞물려 어떤 형태로 변주될지 현재로썬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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