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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넘는 단톡방에 야동 전송…실수일까 범죄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일 1000명이 넘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 음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태윤 기자

지난 11일 1000명이 넘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 음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태윤 기자

지난 11일 교육업 관계자 1000여 명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 방(카톡방)에 음란 동영상이 올라왔다.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자료를 공유하는 성격의 단체 채팅방이었다. 단숨에 채팅방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다른 사람이 "이 동영상 뭔가요"라고 묻자 영상을 올린 사람은 "영상 절대 다운받지 마세요! 카카오톡 아이디가 해킹됐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영상에 불쾌함을 느낀 30~40여명의 사람이 채팅방을 나갔다. 남아 있던 사람들이 이런 유포 행위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추궁하자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지인이 보내줬는데 잘못 클릭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했다.

 지난 11일 1000명이 넘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 음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태윤 기자

지난 11일 1000명이 넘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 음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태윤 기자

지난 7월 서울 충무로에 있는 M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모 팀장이 팀원 단톡방에 음란 동영상이 모여있는 링크를 메시지로 보낸 것이다. 회사는 해당 팀장을 구두 징계하고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법적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 음란물 전송 처벌 가능할까? 

친구나 연인에게 보내야 할 내용을 회사, 가족이 있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리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일이다. 하지만 잘못 보낸 내용이 성인 사이트 링크나 불법촬영 동영상이라면 단순 '실수'라며 넘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 영상이나 음란물이 있는 링크를 전송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처벌이 되진 않지만 ‘단순 실수’라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음란물 유포 관련 처벌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관련 법’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지난 11일 1000명이 넘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 음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태윤 기자

지난 11일 1000명이 넘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 음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태윤 기자

성폭력범죄의 처벌법(14조 2항)에 따르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행동에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하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여성변호사회 윤석희 변호사는 “회사 등 단체 카톡방에 불법 촬영 영상을 보낸 뒤 바로 사과하고 다운로드나 저장 등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당부한다면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경우 성폭력방지 특별법을 적용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동성 친구만 있는 단톡방에 공유했다면 고의성이 인정 돼 이 법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처벌 가능 유무 떠나 인식 변해야

고의만 아니라면 처벌을 받지 않는 걸까. 김영미 변호사(법률사무소 세원)는 “정보통신 이용촉진 관련 법을 적용하면 의도가 없어도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 제44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 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을 유통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가능 유무를 떠나 불법촬영 영상 등 음란물 재유포를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재유포는 타인에게 큰 고통을 주는 행위고 자신 역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 변호사는 “과거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면 ‘실수’라며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재유포 역시 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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