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비례대표 늘리자", 여당 일각선 "비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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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도 개혁 방안과 관련해 지역구 의원 200명, 비례대표의원 100명을 골자로 한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박영수 선관위 사무총장은 “유권자의 정당지지도와 의석 점유율 간 비례성이 일치해야 한다”며 2015년 2월의 개정 의견을 다시 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서울/인천ㆍ경기ㆍ강원/부산ㆍ울산ㆍ경남/대구ㆍ경북/ 광주ㆍ전북ㆍ전남ㆍ제주/대전ㆍ세종ㆍ충북ㆍ충남)으로 나누고, 국회의원 300명 중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의 범위(±5%)내에서 정하는 방식이다. 박 사무총장은 “세가 약한 정당도 영ㆍ호남 지역에서 어느 정도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어 지역 편중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면서 의원 정수 300인을 유지할 경우 지역구 수가 대폭 감소해 결국 의원들끼리 경쟁이 불가피하다. 지역구를 그대로 둘 경우 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 “세금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온 게 ‘세비 동결’을 전제로 한 정수 확대지만 이조차도 국회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전폭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과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과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가 ‘참고자료’ 형태로 3년 전 의견을 그대로 제출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제일 중요한 의제가 선거제도인데 19대 국회 때 자료를 참고자료로 보고하는 건 굉장히 비겁하고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인호 의원도 “지역구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이런 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되 세비는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자 박 사무총장도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 밖에도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공직선거법 제정 취지에 맞게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가 자신의 주택과 차에 소품이나 표시물(손팻말, 옷, 모자, 장갑, 풍선, 배지)을 부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또 향우회 등 지연ㆍ혈연ㆍ학연에 얽매인 모임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결성된 정치인 팬모임 등에서는 선거운동을 허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또 ▶선거권자 연령 18세로 하향 조정 ▶무효표 방지를 위해 후보자 등록 마감 후 사퇴 금지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가 된 경우 선거 비용 반환 의무화 등도 개정 의견으로 냈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선거구 획정 위원을 교섭단체 정당이 추천한 각 1명과 학계ㆍ법조계ㆍ언론계ㆍ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6명을 선관위 의결로 선관위원장이 위촉하는 개정안도 냈다. 위원들을 여야 동수로 추천해 정당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되는 현행 제도의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선관위는 또 선거구 획정 의결 정족수 요건도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완화하자는 의견을 담았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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