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4인방」급유|호유, 화려한 재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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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호남정유가 대통령배 배구코트에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창단 19년의 호남정유는 처음으로 1차 대회에서 3위의 감격을 누린 이후 2차 대회에서는 마침내 조수위에 등극, 새로운 세력을 형성했다.
더우기 대농과 현대의 두 기둥으로 갈라진 여자실업배구를 재편하겠다고 나선 호남정유의 주전은 뜻밖에도 장윤희(장윤희·전주근영여고) 김호정(김호정·한양여고) 홍지연 이정선(이정선·이상 일신여상)등 여고생 가등록선수 4명으로 「코트혁명」의 맹렬소녀들로 불리고 있다.
이달 졸업예정인 이들은 전통강호 대농·한일합섬을 「O패」로 셧아웃 시켰고 지금까지 치른 13게임중 8게임을 완봉승으로 이끄는 기염을 토했다.
배구계는 이들의 성장을 눈을 씻고 주목하고 있다.
올35세의 김철용 감독과 28세의 차해원 코치가 이끄는 호남정유는 신선한 감각의 젊은 감독답게 용병술에서도 의표를 찔러 이들을 주전으로 과감히 기용한 것이 주효, 돌풍의 핵이 됐다.
호남정유의 총 선수는 16명. 이중 주전을 여고생선수로 「물갈이」한 것은 보기드문 파격이라 할수 있다.
김감독의 이같은 여고생 선수들의 주전기용은 한때 기존선수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감독은 『시간차·이동공격 등 발빠른 세트플레이에 이들 4명의 주전기용은 불가피했다』면서 『선배선수들의 반발은 팀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신앙심으로 뭉쳐 팀을 화합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김감독은 팀을 맡으면서 선수들을 신앙으로 정신무장 시켰고 경기가 시작되거나 끝나기 무섭게 코트에서 기도하는 깃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팀컬러도 독특하다.
1m87cm의의 홍지연은 국내 최장신센터이며 장윤희(1m70cm) 김호정(1m71cm)은 국내 최단신 오픈 공격수들이다.
나머지 한명 이정선은 공수에서 화려하지는 않으나 기복없는 제몫 플레이로 김감독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다.
선배 김성민 이도희의 지원사격 아래 이들 4명이 공수에 걸쳐 완벽한 코트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것.
특히 왼쪽 장윤희와 대각의 김호정은 마치 「나르는 새」를 방불케 한다.
「코트의 마스코트」로 귀여움을 받는 이들은 단신을 탄력있는 점프력(서전트 60cm)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여자배구 최강의 왼쪽 공격수인 현대 지경희(지경희), 대농 이명희(이명희)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배구계의 평가다.
주전평균연령 20세, 평균신장 1m73·8세로 「미래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선수들의 연륜이 얕아 아직 근성이 약한데다 블로킹이 미숙한 것이 큰 흠이다』
일신여상 감독시절 경이적인 1백18연승을 기록한바 있는 김감독은 『호남정유를 배구명문으로 이끌어 올리겠다』고 야심을 밝힌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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