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인화로 감회살린 성공작|『입춘』호흡처리요령 터득한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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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떤「회복」이든 응당 그렇게되어야 할 것이었다면 그 의미는 뜻깊고도 새로운 의의이게 마련이다. 인구 2천만을 웃돌게 이동시킨 1989년 음력 정월 초하루, 이 아침 의미도 우리가 마땅히 지녀야할 긍지와 자존심을 돋운 「명절 회복」이었다.
이러한 뜻깊음은 명절기분 자체에만 국한될수 없는 큰 시사점이다. 앞으로 속속 회복되어야할 많은 난제들, 그 하나하나를 위한 실마리로 삼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조에 가득찬 긍지와 자부심도 여기에 반드시 닿아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시조들은 그러한 의욕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설날』-회복된 우리의 설날 감회를 의인화 기법으로 뜻깊게 새긴 3장이고 성공작이다. 할말을 조리있게 한장씩 정리했고, 그러한 세 개의 장이 각각 독립된 구실을 다하면서도 통일된 어울림으로 갖추어져 있다는 점에서다. 중장전체는 의미 구조와 가락구조가 다르게 나타난 경우다.
의미의 구조로는 「오래 설움 겪던 모습/이제 아니구나」이고, 가락의 구조로는 「오래 설움 겪던/모습 이제 아니구나」이다. 읊조릴 때에는 가락의 구조대로 호흡해야할 것이다.
시조가 갖는 박자감각의 하나가 바로 이런 점에 있다. 종장의 긴 호흡과 의미 또한 가볍게 볼수 없는 처리다.
『입춘』-조금만 더 애써 보면 제대로 된 3장 면모를 보여줄 것 같다. 시조 한수로 이룰 호흡처리 요령을 이제야 터득한 느낌이다.
『아침해』와 『귀향 열차』는 속된 말, 잘못 놓은 말들을 솎아내고 바꾸면서 게재되도록 밀었다. 자신의 언어를 자기의 호흡 방식대로 놓아 12음보를 이룩하는 것이 시조 짓는 제1단계고, 노력만이 그 길잡이일 것이다. <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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