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조리 마을 전통 잇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복사세요. 복조리사세요.』
근대화에 밀려 자취를 감추었던 복조리가 「다시 찾은 설날」과 함께 되살아났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복조리 마을」로 알려진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 민파동 주민들은 만들어도 팔리지 않아 생산을 중단했던 복조리를 3년만에 다시 만들기 시작, 밤샘작업에 섣달 내내 바빴다.
해마다 구정을 며칠 앞두고 고향길 마당에 『복이요』하고 복조리를 던지거나 방안에 걸어두는 우리 전래의 풍습은 정부의 양력과세 방침으로 어느샌가 우리곁을 떠났었다.
1896년 대한제국이 종래의 음력을 폐지, 양력을 채택하면서 설 아닌 구정이 돼 설움을 받아오던 우리의 설날과 정월대보름의 옛 풍습.
그러나 10년 전까지만 해도 민파동 마을 30여 가구는 수백년전 선조때부터 대물려온 기술로 해마다 음력10∼12월 하순까지 집집마다 50∼1백죽(죽당50개)씩 복조리를 만들어 전국에 팔아왔다.
가냘프게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민파동 복조리는 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히 수요가 줄어들어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생산을 포기해 86년까지 30가구중 겨우 10여가구가 1백50∼2백죽을 만들다 87년부터는 아예 생산이 중단됐다.
그러다 우리 것을 찾는 풍조가 널리 퍼지면서 지난해11월 청주·충주 등 도심상인들로부터 다시 주문이 들어와 5가구가 1백죽(5천개)을 다시 만든데 이어 전국에서 주문이 밀리고있다.
복조리는 마을에서 2km정도 떨어진 산에서 자생하는 1년생 대나무(길이1∼1·5m를 베어다가 4등분해 10일 이상 말린 뒤 엮어내는데 한사람이 1죽을 만드는데 3∼4일정도 걸린다. 값은 1죽에 1만5천원정도.
93년만에 돌아온 설날에 조상전래 복조리의 전통을 되날린 주민들의 얼굴에는 다복한 한해의 소망이 밝은 웃음으로 피어나는듯 했다. <보은=김현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