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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박주영, 위기의 FC서울 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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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7일 프로축구 K리그1 강원전에서 골을 터뜨린 FC서울의 박주영. 그가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건 7개월여 만이다. 2부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인 서울은 박주영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27일 프로축구 K리그1 강원전에서 골을 터뜨린 FC서울의 박주영. 그가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건 7개월여 만이다. 2부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인 서울은 박주영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박주영! 박주영! 박주영!”

3개월 만의 1군 복귀전서 득점 #서울, 11경기 무승 속 강등 위기 #최용수 감독 “분위기부터 바꿔야”

지난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강원 FC의 K리그1 34라운드 경기. 득점 없이 전반을 마친 양 팀이 후반에 접어들면서 FC 서울 공격수 박주영(33)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서포터스석에서 시작한 외침이 경기장 전체로 번졌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라운드에 없었다. 그라운드 밖에서 교체 선수용 조끼를 입고 몸을 풀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을 표정 없이 힐끗 바라봤다.

5분쯤 지났을까. 후반 12분께 최용수(45) 서울 감독이 그를 호출했다.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윤주태(28)를 빼고 박주영을 그라운드에 들여보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최 감독은 “박주영을 두 번째 교체카드쯤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지만, 팬들의 뜻을 확인하고는 순서를 바꿨다. ‘승부수’였다.

‘독수리’ 최 감독의 ‘촉’은 정확했다. 박주영은 후반 32분과 34분 잇달아 슈팅을 날리며 영점을 조절하더니 후반 38분 득점을 터뜨렸다. 강원 수비진의 트래핑 실수를 틈타 볼을 가로챈 뒤 페널티박스 안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애타게 ‘박주영’을 외치던 서울 팬들과 최 감독의 얼굴이 환희로 가득 찼다.

박주영이 K리그 무대에서 골맛을 본 건 지난 3월11일 강원전 이후 7개월 만이다. 그라운드를 밟은 것만 따져도 3개월 만이었다. 지난 7월22일 인천전 이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했지만, 해결사 본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모처럼 잡은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을 이끌어냈다. 수비진이 남은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한 골을 내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올 시즌 막판 골 가뭄에 허덕이던 서울에겐 박주영의 부활이 가뭄의 단비 같았다.

박주영은 올 시즌 대부분을 ‘전력 외’로 분류된 채 지냈다. 16경기 출전이 전부다. 지난 4월 황선홍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이을용 감독대행이 서울을 이끄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지도자와 선수의 설명이 달랐다. 이을용 감독대행은 “박주영의 무릎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수 자신은 SNS를 통해 “올 시즌 단 하루도 부상이나 컨디션 문제로 훈련을 쉰 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감독과 선수가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춰졌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이 감독대행과 박주영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불화까진 아니지만,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고참 선수가 반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성적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서울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에 떨어져 K리그2(2부) 강등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불편한 상황은 서울이 지난 11일 올 시즌 두 번째 감독 교체를 단행하면서 마무리 됐다.

이 감독대행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최용수 감독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박주영을 선수단 리더이자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허심탄회하게 협조를 구했다. 선입견 없는 선수 기용도 약속했다. 최 감독은 지난 25일 “박주영이 과거에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가진 장점이 있다”며 신뢰를 보냈다.

최 감독의 시원시원한 태도에 박주영도 마음을 열었다.

박주영은 강원전에서 골을 넣은 뒤 “내 실력이 부족한 건 인정한다. 감독의 선택 또한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훈련은 온전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전임 지도자와의 불편한 상황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또 “최용수 감독님은 배려를 잘 해주신다. 나도 감독님의 스타일을 잘 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주영이 살아났지만, 서울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강원전 무승부로 연속 무승의 고리를 11경기(4무7패)까지 이었다. 올 시즌 34경기에서 8승(12무14패)에 그쳐 승점 36점(10위)을 기록 중이다. 강등권인 11위 전남(32점), 12위 인천(30점)과 각각 4점, 6점 차다. 최용수 감독은 “팀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떨어져 있고, 보이지 않는 불신도 있다”면서 “남은 경기에서 서울다운 모습을 되찾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28일 경기에선 일찌감치 K리그1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이 김신욱, 로페즈의 연속골로 수원을 2-0으로 눌렀다. 울산은 경남을 1-0으로 꺾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인천=송지훈·김지한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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