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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심야극장 부부동반 관람객이 붐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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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회사원 이정우씨(45·서울 서초동 우성아파트)는 최근 한달에 1∼2회 정도 토요일 밤이면 부부동반으로 심야극장에 가서 영화를 구경하는 것이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평소에는 좀처럼 영화구경 할 시간을 낼 수 없이 바쁜 나날이지만 토요일 자정 무렵 시작해 일요일 새벽 2시쯤 끝나는 심야극장은 그날 출근할 걱정도 없어 편한 마음으로 찾게 된다는 것이다.
『모처럼 단둘이 데이트하는 기회라 아내도 무척 좋아합니다. 한밤에 영화관람을 끝내고 근처에서 심야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가 설렁탕이라도 한 그릇 먹는 기분은 또 새롭지요.』
이같은 부부동반 관객들은 중심가 큰 영화관보다 한 건물 안에서 몇 개의 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집 근처의 작은 영화관을 즐겨 찾는다. 부부모두 편안한 진바지에 파카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으례 이들의 손에는 구운 오징어 한 마리와 땅콩봉지가 들려있게 마련이다. 오징어와 땅콩을 씹으면서 느긋하게 영화를 즐기는 것이다.
실제로 근처에 중산층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영동 도산로에 85년 개관한 시네하우스의 경우 개관 초부터 심야프로그램을 운영해왔는데 관객분포가 초창기의 젊은 연인 위주에서 점차 젊은 부부의 비율이 높아져 최근에는 부부동반이 약30%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강남주택가가 가까운데다 주차공간이 넓어 부부들이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주로 20∼30대부부가 많지만 「아마데우스」「7일간의 사랑」같은 프로는 40∼50대 부부도 꽤 많았읍니다』고 시네하우스가 소속된 우진필름 하남근 기획실장은 얘기한다.
서울지역에 통금해제가 실시된 82년3월 『애마부인』을 앞세우고 서울극장이 처음 시작한 심야극장은 오늘날 대부분의 개봉극장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한밤의 부부나들이는 비단 심야극장에서의 영화관람에 그치지 않는다. 부부동반으로 나이트 클럽이나 디스코테크를 찾아 함께 술 마시고 춤추며 즐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극장식 비어홀에 갔었읍니다. 맡길 곳이 없어 6세짜리 아들도 데리고 갔는데 의외로 우리처럼 아이를 동반한 부부들이 많더군요. 맥주를 마시고 어른들은 가수들의 노래를, 아들은 코미디를 즐기며 하룻밤을 보냈읍니다.』
밤9시부터 자정까지 가족 모두가 모처럼 유쾌히 하루저녁을 보낸 까닭에 입장료를 포함해 맥주5병, 안주2접시에 5만5천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더라고 가정주부 박금희씨(34·서울 금호동)는 얘기한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즐기자」는 분위기는 가족형태가 핵가족화하고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들이 갈 곳이 심야극장이나 일반 유흥장 정도라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부부들이 건전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보다 많은 체육시설이나 오락장소가 지역사회시설의 일환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량순 교수(연세대·체육학)의 주장이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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