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에 '날개' 달았심더… 60년 '부산 명물' 7월 새 보금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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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물' 자갈치시장이 7월 초 갈매기가 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현대식 건물로 옮겨 가 거듭난다(2006년 5월). 사진 위는 철거하기 전 모습(2001년 11월). 부산=송봉근 기자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 퍼덕이는 생선을 집어올리는 '아지매'의 억센 목소리, 생선 다듬는 소리에 생선회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의 대화가 뒤섞여 활기가 넘치는 곳. 부산의 명물인 남포동 자갈치시장 모습이다.

1946년 생긴 뒤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유명해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자갈치시장이 60년 만에 현대식 건물을 지어 7월 초 새 보금자리로 옮긴다. 올 여름 휴가 때 부산을 찾는 관광객은 깔끔한 시설에서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새 시장은 갈매기 세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형상화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시킨다. 28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장식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상인들은 공사가 시작된 뒤 2년 반 동안 시장 인근의 2층 임시 건물로 옮겨 장사를 계속해 왔다.

?종합 수산물 유통센터로 재탄생=새 시장은 지하 2층, 지상 7층에 연면적 7700평 규모로 공사비 362억원이 들어갔다. ▶횟집.건어물 판매점(지상 1, 2층)▶해양.수산전시실, 생선회 요리교육장(3, 4층)▶시푸드 레스토랑(5층)▶맥줏집.카페(6층)▶스카이라운지(7층) 등 종합 수산물 유통센터로 거듭난다.

또 신축 건물 바로 앞에는 길이 156m, 폭 13.5m, 700평 규모의 친수(親水)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곳엔 테마광장.산책로.벤치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관광객은 바닷가를 걸으면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부산어패류처리조합 이상집 현대화 소장은 "옛 건물은 바다까지의 공간이 4~5m밖에 안 되는 데다 차량이 점령해 손님들이 바다에 가까이 가기 힘들었다"면서 "도로가 넓어지고 휴식공간이 조성되는 등 환경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부산시 경제정책과 이희범씨는 "신축 자갈치시장을 107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2008년 완공),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PIFF)광장, 광복동 문화거리와 연계해 볼거리.먹거리를 갖춘 새 관광명소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광명소 재도약 기대=상인들은 새 건물이 완공되면 자갈치시장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0년째 이곳에서 장사하고 있다는 문이자(65.여)씨는 "요즘은 경기가 부진해 하루 15만원 정도의 매상을 올리기에도 급급하다"면서 "그러나 시장이 들어서면 젊은 손님들이 몰려와 30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원화 환율 하락 등으로 뜸해진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을 되돌리는데도 한몫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찾은 50여만 명의 일본인 관광객 중 60% 정도가 자갈치시장을 찾았다.

어패류처리조합 이 소장은 "가설 시장은 허름한 분위기 때문에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현대식 시장은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구미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하는 등 새 자갈치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부산=김관종 기자<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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