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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도 국세청 개혁 30년 걸렸다…특혜·차별 없는 추징해야”

중앙일보

입력

스웨덴의 '명물' 하면 글로벌 기업 이케아, 혼성 팝그룹 아바(ABBA), 그리고 ‘높은 세율’이 있다.

지금이야 성실납세가 일상화된 스웨덴이지만, 과거엔 자국 기업의 조세 회피 등으로 속앓이를 했다. 이때 스웨덴 국세청은 눈을 밖에서 안으로 돌렸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제대로 걷고 국민적 저항 심리도 줄일지 연구한 것이다. 수십 년간 내부 개혁으로 스웨덴은 납세자 신뢰도 얻고 세금 징수율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스웨덴 국세청에서 참석한 안더스 스트리드가 2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8 국제납세자권리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스웨덴 국세청에서 참석한 안더스 스트리드가 2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8 국제납세자권리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8 국세 납세자권리 컨퍼런스’에서는 스웨덴의 성공사례가 소개됐다. 이날 만난 안더스 스트리드 스웨덴 국세청 전략가는 “국세청이 ‘도둑 잡는 경찰’에서 납세자 맞춤형 서비스 부처로 변화하는 데 30년 이상 걸렸다” 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는 세금 강제 집행을 많이 했기 때문에 국민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국세청이 정부 부처 신뢰도 1위다”고 말했다.

2017년 스웨덴 국세청 신뢰도는 60%에 달했다. 세무서를 신뢰한다는 답변이 8%(한국 납세자연맹·2017년)에 그친 한국과 대조적이다.

스웨덴 국세청은 내부 개혁 전에 심리학자를 포함한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았다. 그 결과 단기 성과를 내는 강제 징수보다는 납세자 행동을 바꾸는 게 낫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당장은 세금이 덜 걷혀도 좋으니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자발적인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세무 행정을 폈다. 사후 세금 추징이 많아질수록 납세자는 반감을 갖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개인·기업 맞춤형으로 전문화된 납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탈세 여지를 미리 줄였다. 그 결과 ‘가능하면 소득을 숨기겠다’고 답한 스웨덴인 비율은 2000년 30%에서 2017년 5%까지 줄었다. 세무 당국이 정보를 샅샅이 파악하고 있어 탈세하기 힘들어졌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성별·인종·출신·신분에 영향받지 않는 ‘성역 없는 징수’가 핵심이었다. 그는 “스웨덴은 특정인에게 납세 특혜를 주거나,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면서 “세무조사가 개인적 분쟁해결이나 정치적 보복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을 깎으려고 로비한 사람이 실제로 세금을 덜 낸다면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납세자들이 징수 결과에 납득하도록 절차적 투명성도 지켰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한국인들은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처벌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85.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밖에 온라인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납세 간소화·편리화도 신뢰형성에 도움이 됐다. 스웨덴인의 89%는 세금 신고서 작성이 간편하다고 답했다.

이날 포럼에선 ▶국세청장 5년 임기 보장 ▶고위 공무원이 세무조사에 영향력을 미칠 시에 형사 처벌 ▶지속적인 외부감독 등 한국 국세청에 대한 제언도 제시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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