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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정치성」문단에 회오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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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일본·소련 등에 거주하는 해외동포의 작품 및 북한문학 유입과 때를 같이해 우리 문단 내에서도 정치성을 띤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최근 문학에서의 정치성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해외동포 및 북한의 문학에 대한평가·수용 및 우리의 문학론, 특히 민중문학론에 끼치는 영향 등으로 인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백진기씨(문학평론가)는 최근 간행된 『오늘의 시』창간호특집「시의 정치성과 리얼리즘의 가능성」좌담에서 『국가권력의 문제나 한 사회의 기본모순이 응축된 형태가 정치이기 때문에 객관적 현실의 반영인 문학에서도 정치성이 관철될 수밖에 없다』며 『시에 형상화하고 있는 정치성이 과연 어떠한 계급의 입장에 서 있는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문학에서의 정치성·계급성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복거일씨(시인)는 『시에 정치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시들이 정치적 현상을 다룬 것일뿐 시 자체가 정치성을 가졌기 때문은 아니다』며 문학자체로서의 정치성과 운동으로서의 문학을 부정했다.
이같은 문학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정치성을 드러낸 김형수씨의 『지리산』, 김선응씨의『물결 저 너머 내 조국』, 이봉환씨의 『해창 만물바다』, 오봉옥씨의 『검은 산 붉은 피』등 구체적 작품에 대한 평가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백씨는 이들 작품은 『서사적 주인공을 등장시켜 각성해 나가는 기본계급의 자기입장을 보여주고 있어 기존의 연작시나 장시·서사시와는 달리 「혁명적 대작」』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혁명적 대작이란 『위대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어떤 진보적 사회운동의 역사를 전면적으로 폭넓게 반영하며 혁명적 인간의 전형적 형상을 창조함으로써 민중들의 혁명적 세계관에 이바지하는 대서사시적 화폭의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홍정선씨(문학평론가)는 이 작품들은 『북한에 대한 무의식적 선망을 담고 있다』며 『서사시에는 객관적 총체성이 중요하므로 남과 북을 동시적으로 포용하는 공정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역사적 객관성 결여를 추궁했다.
한편 정호웅씨(문학평론가)는 『문학정신』2월호 좌담「전환기 사회의 소설적 대응」에서 최근 발표된 소설의 특징적 경향의 하나로 「영웅적 인물의 빈번한 출현」을 들었다.
그는 『노동운동을 비롯한 제반 민주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영웅적 인물의 범람은 전환기에 처한 한국사회의 격심한 내부 동요와 관련된 것이지만 영웅적 인물에 지나친 무게 중심이 두어질 때 천박한 낙관주의에 함몰된다』며 『다양한 현실관계의 관계망 속에. 인물의 성격이 설정되고 해석되며 의미부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사시에서 「계급 모순에 각성해 가는 서사적 주인공」이나 소설에서의 「영웅적 인물」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핵심부분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토론은 북한의 문예이론에 접근해가고 있다고 할수 있다. 즉 북한의 문학을 어떻게 평가·수용할 것인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볼수 있다.
해외동포 및 북한의 문학수용에 대해 김재홍씨(문학평론가)는 『북쪽의 계급주의적 일관성과 남쪽의 자유주의적 다양성이 서로 교류하며 바람직한 민족문학의 길을 모색해나가는 방향에서 북한문학이 수용돼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사인씨(문학평론가)는 『민중이 주체가 되는 민족통일을 위해선 북쪽의 경우 개인 숭배 등 봉건적 요소를 지양해야 하고 남쪽에서는 소시민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 민중주체의 계급문학 부분의 긍정적 수용을 강조했다.
아뭏든 반쪽 문학공간에서 한민족통일 문학공간으로 접어들며 일기 시작한 이러한 논의는 더 많은 문인들이 참여, 공개적 토론을 거쳐 올바른 통일 민족문학론을 정립해나가야 할 것 같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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