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얼굴공개 특별법 제정하라’…분노한 국민들 청원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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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자녀 둔 부모들이 조두순을 피할수 있도록 얼굴을 전국민에게 공개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주세요.” “하루빨리 조두순 사진을 공개해 2년 뒤 출소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끔 혹은 자주 소름끼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할까.”

얼굴도 모르는 흉악범 출소 후 거리 활보 #앞으로 자주 소름끼치며 살아가야 하나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2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얼굴이 공개된 이후 과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 쏟아지고 있다.

24일 오전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두순 얼굴공개 특별법 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인은 “조두순이 2020년이면 출소하는데 2008년 구속 당시엔 범죄자 얼굴공개 법이 통과되기 이전이라 8세 여아 대상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얼굴 공개가 되지 않았다”며 “출소 후 5년간 성범죄자 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얼굴 공개가 되긴 하지만 그 사이트에 직접 확인한 일부 시민만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얼굴을 알더라도 다른 곳에 사진 올리는 게 금지되어서 실질적으로 전 국민 중 대다수가 조두순의 얼굴을 모른 채 어린 자녀가 행여 그 사람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불안함을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고 썼다.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치는 조두순 모습. [사진 JTBC '스포트라이트' 방송 캡처]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치는 조두순 모습. [사진 JTBC '스포트라이트' 방송 캡처]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요구 국민청원 30여 건

또 다른 청원인은 ‘대한민국의 범죄자 인권 보호는 잘못됐다’는 제목의 청원을 통해 “대한민국은 (흉악범)이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며 얼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처참히 밟고 파괴한 사람의 인권으로 보호해 줘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정부가 신상을 숨겨주는 엽기적인 흉악범들이 있다’, ‘범죄자 신상공개 의무화 필요하다’ 등 지난 22일부터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요구는 30여 건에 달한다.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문제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범행을 저지른 김모(36)씨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아 비난의 목소리가 컸었다.

흉기 살인 이미지. [뉴시스]

흉기 살인 이미지. [뉴시스]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 일관성 없다 비판

같은 해 발생한 ‘부천 토막 살인사건’과 7세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원영이 사건’의 경우도 신상 공개 요구가 빗발쳤지만 끝내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피의자 신상은 경찰 신상공개심의위원회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데, 공개 결정 기준이 여론에 영향을 받는 등 모호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7살 딸을 둔 김민철(39)씨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들이 거리를 활보해도 아무도 알아볼 수 없다”며 “그들이 출소한 뒤엔 피해자를 비롯해 모든 시민이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한 시민이 국화와 쪽지를 놓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한 시민이 국화와 쪽지를 놓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사람 만족하는 기준 만들기 쉽지 않아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특정한 요건을 모두 갖춘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요건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등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범죄의 경우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범죄예방과 국민의 알 권리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명확한 기준,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규정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아 논란이 잇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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