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배후’ 비판에 … 국민연금 연 138억 버는 주식대여 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3일 오전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2일부터 국내에서 주식 신규 대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3일 오전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2일부터 국내에서 주식 신규 대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국민연금공단이 공매도를 하는 투자자에게 더는 주식을 빌려주지 않기로 했다. 2000년 주식대여 거래 시행 이후 18년 만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들여 갚는 형태로 차익을 올리는 거래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국내 상장사 지분을 많이 가진 국민연금이 주식 대여거래를 많이 했다. 이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 “투기세력, 연금 주식 대여 #공매도 나서 코스피 하락 의혹” #김성주 이사장 “주식 대여 중단” #연간 2897명 연금 줄 수익 사라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3일 전북 전주시 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거래에 대한 사회적 우려 등을 고려해 22일부터 국내 주식 신규 대여거래를 중지했다”며 “기존에 대여된 주식의 경우 차입기관과의 계약관계를 고려해 올 연말까지 전액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 대여거래 중단 조치는 김 이사장의 국감 답변 도중에 나왔다.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주니 코스피 지수 하락으로 이어지고, 연금이 투자한 종목이 하락해 연금 자체에 손실 크다는 주장이 있다”라며 “주가 하락 시기에 공매도로 인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일반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은 대여 거래를 하지 않는다”라며 “대여 거래를 중단하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투기 목적의 공매도까지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텐데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질의했다.

관련기사

이에 김 이사장은 “내부 토론을 거쳐 22일부터 국내 주식 대여 신규 거래를 중지했고, 앞으로 공단의 대여 거래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연구한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답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단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포기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 102조에 따라 2000년 4월부터 국내주식 대여 거래를 해왔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식대여 거래로 18년간 약 6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에만 444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이중 국내주식 대여 수익은 138억원이다. 노령연금 수급자(월평균 39만7000원) 2897명에게 1년간 연금을 줄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최근 연금이 대여한 주식이 투기 세력의 공매도에 이용되고, 이에 주가 하락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손실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한미약품 불성실 공시 사건에서도 공단이 증권사에 빌려준 주식 3만1416주가 내부자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에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지난 3월 “공매도 과열 종목이 지정되면 해당 종목에 대한 신규 대여를 중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가 하락세가 지속하자 아예 국내주식 대여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 이달 초 2300선을 유지했던 코스피는 최근엔 21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