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투리 철골 땜질 … 평창 KTX 3개역 부실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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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KTX 횡성역이 부실하게 공사됐다는 증거라며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가 중앙일보에 제공한 사진. 규격품 자재 대신 자투리 자재를 이어 붙였다.

평창 겨울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KTX 횡성역이 부실하게 공사됐다는 증거라며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가 중앙일보에 제공한 사진. 규격품 자재 대신 자투리 자재를 이어 붙였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건설한 ‘원주강릉선 KTX’의 일부 역사 건설과 관련, 부실공사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는 동시다발적으로 감사와 수사에 나섰다.

만종·횡성·평창역 감사·수사 중 #볼트 구멍 뚫고 날림 마감 정황도 #“평창올림픽 맞추려 서두른 듯” #감리업체·발주처도 묵인 의혹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실에 따르면 감사원은 원주강릉선 KTX의 만종·횡성·평창역 등 3개 역사와 관련된 부실공사 혐의를 확보하고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과 별도로 한국철도시설공사도 관련 감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 등은 3개 역사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철골공사 과정에서 공사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실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내진강도 기준에 미달하는 자재를 쓰거나, 공장에서 제작된 규격품 자재를 사용하는 대신 현장에서 자재 자투리를 모아 붙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자재끼리 만나는 부분 등에 볼트 구멍을 뚫으면서 날림으로 마감했다는 정황도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아직 감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KTX 횡성역이 부실하게 공사됐다는 증거라며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가 중앙일보에 제공한 사진. 자재끼리 만나는 부위 등에 볼트 구멍을 뚫을 때 날림으로 마감했다는 것이다.

평창 겨울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KTX 횡성역이 부실하게 공사됐다는 증거라며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가 중앙일보에 제공한 사진. 자재끼리 만나는 부위 등에 볼트 구멍을 뚫을 때 날림으로 마감했다는 것이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강원 횡성경찰서는 횡성역사에 대해 부실공사를 실행한 공사업체들과 더불어 감리업체, 발주처 등 이해관계자 전반을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감리업체와 발주처는 공사 업체들의 부실 공사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검은돈’이 건너갔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력을 모으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지역 주민들과 공사 관계자들까지 ‘대대적인 부실공사’라며 강력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부실공사가 이뤄졌다면 역사의 구조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겨 지진 등에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최병정 경기대 건축공학과 교수(한국강구조학회 부회장)는 “역사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더라도 철골보(상부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평부재)와 철골기둥의 접합부 등 중요 부위를 중심으로 마감재를 걷어내고 맨눈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거 없이 부분적으로 비파괴검사를 할 수도 있지만,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일보가 원주강릉선 KTX 역사 공사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횡성역 공사현장 사진 10여장을 보면,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불량자재 사용·날림 마감 등)이 포착된다. 문제의 철골공사에 참여한 A씨는 “부실공사 상태로 후속 공사가 진행됐고 결국 준공이 됐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 관련 공사의 총 사업비는 2013년 3월 수립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관련 시설의 설치·이용 등에 관한 계획’ 기준으로 11조879억원이다. 그중 원주강릉선 KTX 공사의 사업비가 3조9411억원으로 가장 많다.

정치권에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것과 함께 차제에 부실공사와 관련된 법령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나온다.

정동영 의원은 “현행 건축법 등에 따르면 부실 공사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는 처벌할 수 있어도 부실공사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다”며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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