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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했던 PC방 살인···'게임비 1000원' 때문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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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 [뉴스1]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 [뉴스1]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발생한 아르바이트생 흉기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가 경찰에 ‘게임비 1000원’을 살해의 이유로 진술했다.

23일 사건을 수사한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김성수는 경찰 조사에서 “동생 옆자리에서 게임을 하려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자리에 있는 담배꽁초를 빨리 치워 달라’고 했는데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도 치워져 있지 않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는 김성수의 동생이 최초 신고할 때의 주장과 유사하다. 김씨의 동생은 “아니, 일을 크게 키워”라며 신고 전화를 시작해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어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했더니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라며 경찰 출동을 요구했다.

4분쯤 뒤 신씨도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해 “손님이 계속 와서 욕설하고 하거든요.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다 “잠시만요. 경찰 오셨네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출동했던 경찰이 돌아가자 김성수는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신씨를 찔렀다.

김성수는 “그 난리를 쳤는데도 돈도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며 “‘나만 바보 됐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분이 치밀어 올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8일 해당 PC방 관계자는 “진실을 바로잡고 싶다”며 “CCTV를 확인한 결과 김성수가 신씨에게 자리를 치워달라고 요청했고, 신씨는 손님의 요청 즉시 자리를 정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김성수가 한차례 자리를 더 닦아달라고 요청했고, 신씨는 즉시 손걸레를 빨고 다시 자리를 닦았다”며 “2번의 요청을 바로 처리해줬는데 어디가 불친절했는지 모르겠다. 평소 일했을 때도 손님들과 친해지고 굉장히 성실한 친구였다”고 전했다.

김성수는 약 1개월간 충남 공주 반포면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는다.

김성수의 정신감정 결과가 당장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출신인 최진녕 변호사는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PC방 살인의 경우 오히려 형량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고, 잔혹하다는 점에서 정신병이 있더라도 양형기준을 뛰어넘어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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